순정공방 매장 오픈
첫해의 경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운영에 대한 고민을 안고, 2016년 마침내 순정공방을 오프라인으로 열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또 다른 고민에 부딪혔죠. 바로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습니다. 자수 작품을 만들고 클래스도 열고 싶었고, 동시에 제주 관광 굿즈도 개발하여 수익화하고 싶었습니다. 자수 작품과 클래스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입니다. 특히, 작품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간 대비 수익이 불투명한 자수 작품 제작은 가장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수익화가 급했기에, 수공예품과 함께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산품 굿즈를 제작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수익화를 위한 노력으로, 저는 기초 자수 클래스를 개설했습니다. 9가지 도안에 따른 9가지 스티치를 배우고 최종적으로 마그넷을 제작하는 4주 과정(주 1회, 2시간)이었습니다.
자수는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수강생들이 2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기 어려웠습니다. 2시간 안에 완성하기 위해 도안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스티치 기법만 배우면 모두 도안을 창작해서 자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나만의 착각에 매몰된것도 문제였습니다.
클래스가 잘 운영되려면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그 만족도는 수강생이 만든 작품의 '결과물'에서 옵니다. 단순히 스티치 기법을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초 스티치로도 충분히 예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죠. 자수를 배우고 싶다는 내적 동기를 일으킬 수 있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강사를 따라 하다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게 독려를 하는게 제 역할이었던거죠. 자수의 본질은 느림의 미학입니다. 한땀 한땀 수를 놓다보면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갈해지고,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주죠. 본질에서 벗어나 빨리 완성하는 방법을 모색하다보니, 나와 수강생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던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익화의 일환으로 관광 기념품 굿즈를 수작업이 아닌 공산화하여 대량 생산하였습니다. 상품 개발시 초기 자본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구매력 있는 상품 개발은 수익 자동화로 연결되니, 시간이 더 중요한 시기에 필수불가결 선택이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샘플 제작 후 바로 대량으로 양산하였습니다. 돌하르방 인형 '순돌이'와 '제주 프렌즈' 마그넷 제품 출시 후 반응이 좋았습니다. 2016년 제주 관광 상품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와 잘 맞물린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제주 관광상품이 시장에 나오자 저는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제주로 여행 오는 사람들은 증가하고, 기념품 샵은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작고 소박하게 운영하는 기념품샵은 사라지고, 대형 샵으로 소비자들이 몰립니다. 저는 영세했고..., 초조한 마음에 적은 투자금액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아무거나 찍어댔습니다. 상품을 찍어 시장에 내놓는다고 팔리는 시점이 아니었습니다. 홍보, 마케팅 없이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 상품도 무수한 상품 중에 하나일 뿐이니까요.
이후, 내가 개발한 캐릭터에는 무언가가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캐릭터 개발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의 성격'과 '탄생 비화'를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의 겉모습에만 치중했었죠. 캐릭터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스토리텔링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속빈 강정이었고, 뿌리가 없는 나무와도 같았습니다. 시장은 돈에 의해서 움직이지만, 돈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2017년 아이를 출산하면서 순정공방 매장을 정리하고, 굿즈는 샵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방향을 변경했습니다. 돌하르방 인형과 마그넷은 기념품 샵에서 판매가 잘 되었지만, 어린아이 두명을 키우면서 새로운 거래처를 뚫고 납품하러 다니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2019년 겨울, 코로나 유행으로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거래처 수도 줄어들고 판매도 점점 저조해졌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들었지만, 결국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잠시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씁쓸하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사업적으로 휴식기를 갖으며 마인드 리셋과 순정공방의 철학을 세우고 뿌리를 내리는 데에 4년이라는 세월이 흐릅니다.
다음은 쉬는 4년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