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어부

by 이진무

막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넋을 놓고 있던 피노키오.

그때, 쌩하고 불어온 바람에 피노키오의 모자가 휙 날아가 버렸다.

“어, 내 모자!”


피노키오는 얼떨결에 앞에 있던 경찰관에게 물었다.

“모자 좀 주워 와도 될까요?”


경찰관은 삐딱하게 말했다.

“네가 도망가면 어쩌려고?”


그 순간, 한 경찰관이 커다란 사냥개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온몸은 짙은 흑색 털로 뒤덮여 있었고, 근육질의 몸은 낮게 웅크리고 있었다.

샛노란 눈으로 노려보는 모습은 언제든 튀어 올라 피노키오의 목을 콱 물어버릴 것 같았다.


경찰관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 개를 소개하지.

이름은 바쿠. 달리기 경주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지.

얘를 생각하면 꿈에서도 도망칠 생각은 못 할 거다.”


다른 경찰관은 바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아. 얼른 가서 모자를 주워 와.”


모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피노키오는 모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는 잠시 사냥개를 힐끗 쳐다보며 고민했지만, 곧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달리기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모자를 덥석 집어 든 피노키오는 모자를 머리에 쓰는 대신

이빨로 꽉 물고는 바다 쪽으로 쏜살같이 도망을 쳤다.


“피노키오가 도망친다!”

경찰관들은 피노키오의 속도를 보고는 붙잡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냥개를 풀었다.

“바쿠! 쫓아! 저 녀석을 잡아!”


바쿠 피노키오.jpeg


사냥개 바쿠는 우렁찬 짖음과 함께 피노키오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숨 막히는 추격전을 보기 위해 창가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피노키오와 바쿠가 일으키는 뿌연 흙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피노키오는 숨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한순간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서 바쿠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귓가를 때리듯 들렸기 때문이다.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스칠 때마다 등줄기에 땀이 식기도 전에 다시 솟았다.


하지만 멀리서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더 가면 바다였다.

바닷가에 도착한 순간, 피노키오는 망설임 없이 개구리처럼 몸을 튕겨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바쿠는 멈추고 싶었지만 달려오던 힘을 이기지 못해 덩달아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풍덩!”


문제는, 바쿠가 수영을 전혀 못 한다는 거였다.

네 발이 허공을 긁듯 물을 휘저었고, 코끝이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잠겼다.


눈은 거의 튀어나올 듯 커졌고, 물을 마신 탓에 기침을 섞어가며 외쳤다.

“나 죽는다! 나 진짜 죽어!”


피노키오는 물 위에서 거침없이 소리쳤다.
“그럼, 빠져 죽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진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익숙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착한 내면을 보고, 현실의 언어를 시와 소설로 바꾸는 사람. 현실과 상상을 잇는 이야기꾼입니다.

1,31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바닷가의 결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