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어려움을 삭히는 성품...
아들의 글을 다시 읽었다.
몇몇 가지 해야 될 일이 있지만
지금은 아들을 아는 것이 우선이다.
아들보다 앞에 두었던 과거의 분주했던 일들 탓으로 돌리고 싶어도
무심했던 마음이 근본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글 속에 담긴 상처들이 얼마나 어린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오랜 시간을 넘고 와서도 이렇게 마음을 찌르는데...
미안하고 미안해.
네가 너무나 무감각한 아빠를 만났구나.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당시에 아픔을 같이 느꼈으면 어땠을까?'
왜 아픔을 드러내지 않았을까를 곱씹어 보니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들의 엄마, 아내가 그러했다.
가난한 어촌 가정,
1971년에 태어나 3살 때 엄마를 바다에서 잃었다.
이미 태어난 오빠 3명, 언니 1명 그리고
새엄마가 데리고 온 두 언니와 얼마 후 태어난 남동생,
게다가 치매 걸린 할머니까지…
남 눈치에 예민하면서도 이기적이지 못했던 작은 소녀는
온갖 어려움들을 홀로 삭히며 지냈다.
표현할 성격도 안되고, 표현해도 소용없음을 알고
혼자만의 아픔으로 꼭꼭 비밀처럼 품고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도 형제도 친구도 아무도 몰랐다.
친언니는 종종 어릴 때 아내의 예쁜 모습만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소녀는 더욱 외로웠을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어느덧 세월이 소녀를 이팔청춘의 나이로 성장시켰지만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고독과 절망은 더 성장하였다.
매일매일 잠들면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소녀의 방황은
다행히 1988년 어느 가을밤 새 생명 안에서 멈췄다.
그렇게 홀로 속앓이 했던 엄마를 아들은 닮았다.
다만 아내는 과거형이고, 아들은 현재형이다.
그래서 아빠는 기도한다.
아들의 그 모든 아픔도 과거형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