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견디는 색을 바라보며
몇 년 사이 내가 좋아하게 된 빨강은
산수유 열매의 빨강이다.
고등학교 문학책에서나 보던 산수유를
어른이 되어 가까이에서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산수유나무의 열매와 꽃에
마음이 닿은 뒤에야
빨강이라는 색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눈이 많이 내린 날,
흰 눈 사이로 산수유의 빨강 열매가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추운 겨울을 견디며 붉게 남아 있는 열매,
그리고 이른 봄이면
가장 먼저 피어나는 노란 산수유 꽃.
계절을 버티고 건너는 이 작은 나무가
문득 가까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한겨울에 태어나서일까.
춥지만 묵묵히 제 철을 살아내는 모습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엄마는 내게 빨간색 옷을 많이 입혀주었다.
그 색이 어린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검정 옷이 더 많아졌지만,
올 겨울엔 빨강을 조금 더 가까이 두며
지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