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각인
어릴 적 자주 했던 이상한 생각들이 있다.
내 손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내 자의로 움직이는 몸이 낯설어지면서
몸과 영혼 사이에 괴리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생각.
육체는 껍데기이고 흔히 만화에서 보는 것과
같이 눈알 안쪽에서
진짜 '나(영혼)'이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은 움직이는 로봇 안에서
겉껍데기를 조종하는 느낌?
누군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그 누구도 나에게 이런 얘기를
입 밖으로 뱉어내 주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엉엉 울 만한 일이 있어 오열하며 울고 있는데,
내가 내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 소리는 조금 우스꽝스럽지 않나?'라던가,
'이제 슬슬 그만 울 타이밍 아닌가?
울음을 그치려면 스스로 조절해서
차츰 잦아들어가는 울음소리를 내야 하나?
아니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뚝 그쳐야 하나?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나?'
울음의 끝맺음을 계산하며 우는 게,
우는 게 아니라던가 말이다.
반대로 웃다가도 내 웃음소리에 대해 생각하며
'방금은 하하학-! 하고 너무 크게 웃었어.
다들 그 정도로 웃긴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내 웃음소리만 잔상에 남아서
다들 곱씹어 생각하고 있으려나-.' 하는 생각.
스스로 괴짜라고 생각하다가도
다들 이렇게 사는데 이상한 취급을 받을까
말을 안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살다가
얼마 전 엄마에게 얘기했다.
"엥, 그런 것도 유전에 있나? “
엄마도 했던 생각이라고 한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는 생각인가?
(엄마와 나뿐이라면 조금 돌연변이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