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순간
퉤
그저 툭 내뱉어진 포도씨에도, 마침 날아가던 파리가 맞아 죽는다
일상에서도 대주교의 신성성은 이렇게 충만하다
아살아살 복숭아를 씹어먹으며 찡그린 표정의 대주교는 팔을 쭈욱이 뻗어 휴지 몇 장을 뜯아낸다
그를 위하여 죽어진 포도라는 하나의 생과 그 죽어진 생으로 인하여 소멸된 하나의 생명에게, 주교는 둘둘 싸여진 하이얀 휴지로, 거대한 휴지통에 툭 던짐으로 보답한다
생명을 구원하라는 사명을 이고 선 대주교는 무릎을 꿇고, 기도실에 가득한 햇살을 등으로 느끼며, 나무들의 시체로 짜여진 바닥을 밟고서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성도들의 축복을 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