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어른은 단 걸 싫어해

by 고양이
다행히 만들며 찍어놓은 사진이 있었다. 이걸 쓸 줄은.


‘으른들은 왜 단 걸 싫어할까.’

이 질문은 깨진 달걀 다섯 개에서 시작됐다.


트렁크를 열었는데 달걀껍데기에 금이 가 있었다.

아, 인생 같아.

이동 중에 꼭 뭐 하나는 깨진다니까.

아마도 무거운 물건이 위에 넘어졌겠지.

계란도 마음도 대충 그런 식으로 금이 간다.


버리기엔 아깝고 프라이는 너무 밥반찬 같았다.

지금 내 기분은 ‘밥’이 아니라 ‘베이킹’이었다.

카스텔라가 떠올랐다.

폭신한 공기 같은 것, 오늘을 말아 올릴 수 있는 것.


정량의 설탕 대신 꿀을 넣었다.

요즘 세상이 너무 “설탕설탕” 하잖아.

달아야 잘 팔리고, 사랑받는 분위기.

그래서 나는 설렁설렁 꿀로만 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때까지 가는 거지. 묻고 더블로 가! 응?


냉동실을 뒤지다가 ‘쑥’이라고 적힌 푸른 가루통을 발견했다.

밀가루는 몸에 안 좋다니까 또 괜히 건강한 척해보기.

좋았어, 쑤욱 진행시켜.(제발 멈춰!)

쑥은 약간 으른 맛이다. 봄 들판과 할머니의 기억을 분쇄해 놓은 맛.


머랭을 열심히 올렸다.

머랭은 참 솔직하다.

공기를 넣으면 부풀고 대충 하면 축 처진다.

사람 관계도 충분히 휘저으면 폭신해질까.


오븐에서 쑥 미숫가루 향이 올라왔다.

초록빛 구름이 실내에 퍼지는 느낌.

깨진 달걀 다섯 개가 이렇게 변신하다니.

인생도 혹시 이런 식으로 복구 가능한 거 아닐까.


마침 어머니가 오셨다.

한 조각을 내밀었더니 한입 드시고 말했다.


“오, 달지 않아서 맛있네.”


으른들은 단 걸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굳이 달지 않아도 되는 경지에 도달한 걸까.


인생이 이미 충분히 달콤 쌉싸름해서 설탕을 더 붓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쓴맛도 삼킬 줄 알고 싱거움도 받아들이는 사람들.


돌아가시는 길에 한 아름 싸드렸다.

상자 안에서 아직 따뜻한 쑥 카스텔라가 숨을 쉬고 있었다.

그게 괜히 마음 같았다.

(사실 내 입맛은 아니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만들어 먹는 게 좋다.

완벽한 레시피보다 즉흥적인 선택.

설탕 대신 꿀, 밀가루 대신 쑥.

깨졌으면 깨진 대로, 섞어서 다시 굽는 거.


아직은 단 걸 좋아하지만 언젠가 나도 말하겠지.


“달지 않아서 맛있네.”


그때쯤이면

나도 조금은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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