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또 하나의 사람을 보낼 때마다… 그저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무수한 인파 중의 한 명이겠거니 애써 가볍게 생각하려던 마음과는 달리, 어느새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서 네가 없는 나는 앙꼬 없는 찐빵이니~ 하는 약한 소리를 하게 된다. 그래도 행복했어, 좋은 사람이었어, 하고 또 한 번 과거를 비장하리만큼 아름답게 여기기도 한다. 나는 미련이 많으니까. 아주 작은 것조차 조금도 수월하게 생각하지 못하니까. 나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것이 급선무였던 때가 있었다. 축복 같았던 만남들과 무언의 힘이 행사한 듯이 계속되는 우연들이 엉뚱한 확신을 주었다. 한 때는 나를 살게 했던 그 기억들이 이제는 무겁기까지 하다. 머리는 나쁘면서 쓸 데 없이 기억력만 좋으니 큰일이지, 정말. 마땅히 지워버렸어야 할 그 순간들이 오히려 지금을 살아가는 증표가 되었다니 참 우스워. 그리고 오늘,
재미없는 성탄절도 내년만을 기약하고 겨우 잡아 탄 막차에서, 버스 요금함에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에 꼭 석가가 깨우치듯 생각해 버렸다. 그렇게 너 없이도 살아진다며 모진 말을 하면서도 사실은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었는데, 그만 맥이 풀릴 정도로 나는 너무도 잘 살고 있더라. 별 일 없는 내 인생에서 오직 너만이 제명된 것일 뿐,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참 안도가 되면서도 그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