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를 쓴 아침

낮이 시작되기 전의 고요

by 구시안

외로운 투구를 쓰고 앉아

어느 기이한 것을 위해 대지로부터

감지하는 기운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밤

꾸었던 꿈들이 현실이 될 리도 없고

증식하는 생각들도

애써 막지 않고 그대로 생각하고

그대로 흘려보내면서

밤의 이슬은 드문드문 주위에만 떨어졌다.


무겁게 그리고 낯선 몸짓이 익숙한 창가에

활개 치기 시작하는 햇살에

무엇이 흠뻑 젖어서

아직 사람을 피해 날아가지 않은

천사들이 어디에 숨어 떨고 있을지도 모르는

낮의 날개를 아직 펼치지 않았다.


내 입이 그랬던 것처럼

부정하며

밤이 시작되었고

내 머리맡에

어둡게

세계는 돌이 되었다가

흩뿌려지는 빗방울에

디지의 거무스름한 물에서

하나를

그리고 또 하나를 주워 담아

지난여름을 기별했을 때처럼 사랑스럽게

정원에서 도망친 그들과 나와 함께

햇살 속으로 밀려 들어간다.


내 심장을

끌어당겼던 사람들.

어둠이 모자라지 않을 때에

어떤 빛줄기도 내 눈을 멀게 하지 않고

어떤 불도 내 눈썹을 그을리지 않게

늘 바라보던 사람들.


어떤 화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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