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향해 뻗다
이런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냥 이런 것인가를.
애써 복잡하게 생각했던 삶이라는 것도
이렇게 단순해져 버리는 모양이
그렇게 달라질 것도 바뀔 것도
딱히 고집부리듯 애쓸 필요도 없는
천천히 걷기였다는 것이
모든 것을
무색(無色) 하게 만들 때가 있다.
날개의 살랑거림도 없이
그저 날 거라는 꿈을 꿨다기보단
날개를 접는 꿈을 꾸며 살았다면
반은 심장이고
반은 갑옷인 채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젖은 눈은 아무것도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없고
보이지 않게
날개는
이미 게양되어 있다.
마지막 것도 내 것이 아닐 테지만, 누군가가 친절한 금화 한 닢 던져준다면, 저승 가는 노잣돈으로 충분할지는 모르겠으나, 저 밤의 베일이 벗겨지는 것만 할까 싶기도 하고. 이것보다 더 거칠고 수놓이지도 않은 것으로 무언가를 만들려 하기에 그렇게 힘들었던 것인지. 내가 그걸 만지면 부드럽기보다는 덤불을 만지는 느낌이었다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독수리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바빌론의 왕이 그렇게 울부짖었을까 싶을 정도로 기묘하게도 가는 소리를 내며 길게 뱉는 울부짖는 소리가 애처로워 보였다.
샤워를 하고 막상 이 깊은 밤 앉아 보니, 당기는 것은 담배이고, 오로지 두툼한 수건 한 장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보면 참 어이없기도 하고, 내가 태어나고 우는 법을 익힌 다음부터 울지 않게 된 까닭을 생각해 보다가, 지금 내 옆구리에 흘러내리는 닦이지 않은 물줄기 몇 방울이 웅성거린다.
영영 푸르러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내 심장을 찾아
울고 있는지 보는 날도 있었으나,
그저 제대로 쉬는
나만의 숨결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작은 수건 한 장에 짜는 일도 없어졌지만,
눈처럼 혹은 눈물처럼 보이는 비를 좋아하게 된 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늦은 밤 허기진 배에 무언가를 넣어줘야 하는데, 냉장고를 여니 닭가슴살 하나가 보이고 짐승처럼 뜯어먹고 난 후 피우는 담배맛만 맴도는 입가를 칫솔질해야 하는 시간. 여전히 열손가락은 나불거리기 시작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어젯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가 되지 못한 문장의 흔적들을 바라보다가, 내 머리엔 희한한 화관 하나가 거무스름한 잎으로 엮였다.
달도 오늘 밤은 만신창이가 되었는지, 신나게 얻어맞은 것처럼 시퍼렇게 멍이 들어 물들어 있고, 녹슨 반지를 낀 존재들이 달을 달래주듯 구름의 모양이 희한하다 생각하며 바라보는 밤하늘은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인다.
밤의 갑옷은 의외로 허술해서 벗겨지기 십상이고, 내가 인지하지 못한 상처 하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지만, 그 상처보단, 나는 아직도 이름을 부르고 아직도 뺨 위에 화상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될 뿐이다.
이 밤의 텅 빈 천막에서 기적을 흐느끼는 존재들이 있다면, 그 꿈이 얼마나 얼어 있었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그저 아름다운 신호처럼 보기 드물게 떠 있는 몇 개 안 되는 별을 새보다가 창문을 닫게 되는 현상을 겪는다.
부질없이
누군가가 창문에다 심장을 매달고 앉아
아직은 사늘하게 느껴지는 밤의 기운에
외투 하나를 몸에 감고
누군가의 어깨에 기댈 수 있는 사람과
기댈 존재가 없는 사람이 자리한 밤시간에
둥실 떠 있는 하얀 연기를 따라다닌다.
시간의 꽃이라기엔
몸에는 좋지 않은 모양.
나는 이것을
말대신
뿜고 있고
여전히 손가락은
바람을 향해 뻗어 있다.
심장은 여전히 연기 나는 곳으로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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