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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후손이라면

밤과 욕망 사이에서

by 구시안

아담의 후손이라면

누구나 이해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그렇게 태어난 후손들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극단.

그 극단까지 살아보기를 원한다.


주어진 것으로 만족한다면 노예가 되고

더 갖길 원한다면 떼쓰는 어린아이에 불과해지고

더 많이 정복하려 드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한계를 탐색하는 밤.

극단에 대한 갈망은 의지와 감정에서

저성으로 이동한다.

야망이 날것이라면

그것을 필터처럼 사용하게 되는 것이

희망이라는 저주이기도 하니까.


사회라는 바다를 항해하며 살아가면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 거지 같은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는

괴물들을 물리치는 일이

피곤하고

더럽고

어렵다는 것은 성인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침내,

사물의 텅 빈 끝에 도착하면 겪게 되는

진통 같은 감정이 수놓는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간.

그것이 바로 밤이다.

아무런 꾸밈없이 나에게로 돌아오는 시간.

그 날것의 시간.

본인의 가슴에 손을 얹고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

누구에게 감추거나

숨길 필요도 없이

스스로 느끼는 모든 것이 스멀스멀 향기를 내는 시간.

이 모든 것에 솔직해지는 것이

어려운 사람도

그것이 자유로워진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이해의 관계를 벗어던져

꼬리를 잊는 감정의 고리를 끊어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여전히 긴 밤은 그 꼬리를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부 소유하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갖고 싶은 것은 소유하지 못하고

슬픈 것들이 뭉텅이처럼 손에 쥐어지는 밤이 있다.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학대하는 시간이 얼마나 병신 같은 짓인지 알게 되고는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만 찾았다.


한 사람의 상상이 넘어 선 곳.

아담이 사과를 입에 물었을 때처럼

이미 각오한 일이었는지도 모르는 운명이라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 모두 겪지만 조금씩 다른 것뿐이라고.

나는 그것을 사람이 쓴 책에서 찾아낸다.



분개는 힘이 있는 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자신을 인정한 자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글을 쓰거나 솔직한 시간에 자신을 거울처럼 바라보는 일뿐이다.

그 안에서 무엇을 갖고 가느냐. 그 안에서 무엇을 심장에 박고 가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사람은 고귀한 자도 위대한 자도 아니다.

그저 멍청이들 일 수도 있다.

꿈을 너무 진짜처럼 받아들이고

꿈에 너무 의지하며 살다 보니

사람들은 모두 삶이라는 가짜 장미에 가시가 돋아 있는 듯 보였다.


아담의 후손이라면
결국 질문 앞에 서야 한다.

왜 사과를 베어 물었는지,
왜 알고도 손을 뻗었는지,
왜 매번 같은 상처를 향해 걸어가는지.


지식은 죄가 아니었고

갈망은 본능이었으며
추락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선택의 자식들이다.

무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순결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자유를 외치면서도
책임을 두려워한다.


밤이 길어지는 이유는
어둠이 깊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원했는가.
나는 왜 비교했는가.
나는 누구를 이기려 했는가.


아담의 후손이라면
낙원에서 쫓겨난 뒤에도
씨앗을 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흙은 더럽고
손은 거칠어지고
계절은 기다림을 강요하지만
그럼에도 심는 자만이 내일을 본다.


극단을 갈망했던 것은
무너지기 위함이 아니라
끝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은 없었다.
끝이라고 믿었던 자리마다
또 다른 시작이 웅크리고 있었다.


아담의 후손이라면
결국 알게 된다.

우리는 완전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견디기 위해 산다는 것을.


사과를 베어 문 그 순간처럼
매일 조금씩 세상을 맛보고
조금씩 아파하고
조금씩 자라나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긴 밤 끝에
가슴에 손을 얹고 묻게 된다.


나는 오늘
도망쳤는가
아니면 선택했는가.

그 대답이
우리의 이름이 된다.

우리가 원해서 아담의 후손이 된 것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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