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나는 내가 아닐 때
비로소 나를 덜 오해한다
나라는 이름은
나를 설명하기 위해 붙여졌지만
결국 나를 가려왔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를 벗어둔다
의자 위에 코트를 내려놓듯이
그 순간의 나는
가볍고
불필요한 부분 없이 정확하다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것은 나를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나는 나를 연기한다
의식 속에서
또 다른 의식을 흉내 내며
그 연기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더 진실에 가깝다
슬픔은 나의 본질이 아니고
기쁨 또한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다만
그것들이 잠시 머무는 자리
그러므로 나는
하나의 자아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는 하나로 정의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나의 결론은
언제나 하나의 축소이므로
나는 나를 비워
여러 개의 나를 받아들인다
그중 어느 것도
완전히 나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오히려 더 나에 가깝다
존재는 확정될 때보다
유예될 때 더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결정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이름 이전에서
형태 이전에서
그리고
아무도 아닌 상태로
나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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