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스> : 라켓으로 하는 가장 저열한 구애

코트는 침대고, 랠리는 권력이다.

by 오류시안
88179225052_1024.jpg 영화 <챌린저스> 스틸컷


"러브(love)는 테니스에서 '0점'을 뜻한다. 이 관계에 사랑은 아무 점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챌린저스> 속 테니스 코트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다. 이곳은 '타시'가 지배하는 왕국이다. 전남친 패트릭과 현남편 아트는 땀 흘리고 소리치며 승부를 겨루는 척하지만, 실상은 테니스라는 이름의 처절한 '구애행위'에 불과하다.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테니스 공은 곧 타시의 마음이다. 그는 이 공으로 남자들에게 득점의 환희를 허락하기도, 실점의 절망을 하사하기도 한다. 이 격렬한 랠리의 본질은 스포츠가 아니다. 타시에 의한 완벽한 '통제'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 즉 두 남자를 자신의 '룰'에 가두려는 욕망. 타시가 테니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코트만이 그가 오류 없이 지배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위에서 흐르는 땀과 거친 호흡은 모두 섹스의 은유다. 코트는 침대고, 기합은 신음이며,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는 시선은 애증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남자들은 끊임없이 '사랑(love)'을 갈구하며 공을 넘기지만, 타시의 점수판에서 러브는 그저 '0점'일 뿐이다. 그에게 필요한 건 로맨스가 아니라 복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테니스 선수(Player)가 아니라 서로를 시험하는 '도전자(Challengers)'다. 영화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조차 그 의미를 끝없이 강조한다. 전남친은 현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그리고 아내는 자신의 욕망에만 도전한다. 하지만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규칙은 명확하다. 타시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남자는 '폴트(Fault)'다. 라인 밖으로 나간 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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