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결심을 띄워 보내며
내추럴 와인이 뭔지 알고 마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좋은 거라고는 하는데 정확히 왜 좋은지는 들어도 잘 모르겠고, 마셔도 알쏭달쏭한 와인. 근사해 보여서 한두 번 만나긴 했지만 왠지 친해지기 어려운 대상. 사람들에게 브랜딩도 그런 존재다.
브랜딩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실 오해 탓이 크다.
'마케팅 비슷한 것'이라는 오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을 인지할 때 흔히 그렇듯, 기존에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개념에 빗대어 적당히 규격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딩은 마케팅, 광고, PR과 더불어 '잘 파는' 행위쯤으로 뭉뚱그려 인식된다.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 비슷한 것'은 브랜딩의 목적 또는 결과다. 브랜딩을 목적으로 잘 파는 행위를 하거나, 잘 파는 행위를 한 결과 브랜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 광고, PR과 브랜딩을 동일 레벨로 두어서는 안 된다. 브랜딩이 상위 레벨이다.
브랜딩에 대한 오해는 '브랜드 마케터'라는 나의 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 마케터라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잘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물론 잘 파는 일도 한다. 하지만 잘 파는 일은 브랜드 마케터의 일 중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에서 나의 일은 브랜딩이 전부다.
브랜딩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일, 브런치 작가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을 명예롭게 하는 일, 좋은 글을 발굴하고 좋은 글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일 등이 그것이다.
'마케팅' 하면 으레 떠올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숫자로 증명하는 지표는 '브랜딩' 과정 중 적재적소에 스밀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브런치를 알렸는가'보다는 '사람들에게 브런치가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잘 파는 데 치우쳐 브랜드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 마케터의 일을 '장인 정신과 상인 정신 사이의 균형'이라고 정의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늘 애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퍼스널 브랜딩이 부각되는 시대. 브랜딩에 대한 오해는 퍼스널 브랜딩도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은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마케팅 비슷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알쏭달쏭해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마케팅을 하면 된다. 이때 '나를 잘 파는' 행위는 필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면 '나를 잘 파는' 행위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훌륭한 개인 브랜드는
장인 정신과 상인 정신의 비율을 스스로 조절하며 균형을 맞춘다.
중요한 건 SNS 팔로워 수 높이는 법을 고민하기 이전에 팔로워들에게 내가 어떤 이미지로 자라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다. 나다움에 대한 고민을 브랜드다움으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 브랜드다움을 찾기 위해 나는 한 권의 실험 노트를 썼다.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장인과 상인 사이를 오갔다. 오해를 풀고 이해의 영역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정수를 모아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결심을 띄웠다. 나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첫 책이다.
브랜드는 '거시기'할 정도로 모호하다면 무척이나 모호한 영역이고 두루뭉술한 개념이다. 하지만, 그러므로, 누구나 쟁취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브랜드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 같은 건 없다. 브랜드다/아니다를 감정하는 주체도 없다. 그저 스스로 브랜드가 되기로 결심하고 브랜드형 인간으로 살면 브랜드인 것이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하면 내가 살아온 삶은 브랜드 스토리가 된다. 나의 이름은 브랜드명이 된다. 나의 SNS는 브랜드 채널, 내가 만든 콘텐츠는 브랜드의 주력 제품이 된다.
브랜드 색안경을 끼고 보면 인생은 B(Brand)와 D(Daily) 사이의 C(Choice)다. 브랜드가 되기를 선택하거나 지금과 같은 일상을 살거나. 결정은 오로지 스스로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