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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Mar 24. 2022

2000페이지의 삶

코치로 사는 이야기

17.

괜히 계산이 하고 싶어 한 권이 몇페이지인지 손에 침을 발라가며 셌다.

120페이지. 한 페이지 한 사람 한 시간의 이야기.

200페이지 노트도 있었고, 100페이지 노트도 있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고, 여러 페이지에 걸친 여러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다.


"평균 120(시간, 사람) × 16권 = 1920시간(사람)"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대략 1920시간을 코칭했다. 처음엔 코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채워야 하는 50시간도 버거워 자격 취득을 포기할 뻔 했는데, 어느새 상상도 못한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열일곱번째 노트. 이 노트를 다 채우고 나면 시간으로는 2000시간을 넘길 듯 하다.


처음엔 연습상대였던 코치들.

첫번째 유료 고객. 당시 중학생이었던 남자 아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 수많은 대학생들. 네덜란드 유학생. 2030청년들. 10대 자녀를 둔 부모. 막 첫 아이를 낳고 찾아온 부부. 임종을 앞둔 암환자. 지방에서 하루 휴가를 내고 찾아온 자매들.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아이들. 자립준비 청년들. 학교 선생님들. 레벨업을 준비하는 코치님들까지.


노트 한 장 한 장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에는 진로, 학습, 삶, 관계, 시간, 습관, 성취, 변화, 성장의 마음과 각오, 다짐같은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담긴 그들과 나의 사랑, 존중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과거가 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때론 현재시점에 등장하기도 한다. 몇 개월, 몇 년만에 연락해서 자신의 안부를 전하고 나의 안부를 묻는다. 전의식 속에 있던 그는 노트를 통해 다시 나의 의식으로 들어온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통로. 전의식과 의식 사이에 다리가 되어주는 이 삶의 뭉치들이 책장 한 켠에 쌓여가는 것을 보는 것이 참 좋다. 그래서 이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가보다.


새롭게 노트를 장만할 때마다 기도를 심는다. 하나님, 이 곳에 쌓일 삶들 속에 은혜를 부어주소서. 이 삶을 대할 나의 눈이 밝게 하시고, 이 삶을 대할 나의 마음이 맑게 하소서. 오늘도 17이라는 숫자를 매직으로 꾹꾹 눌러쓰며 기도를 심는다. 그리고 코칭을 시작했던 첫 마음, "꿈꿀 수 없어 무너진 마음에 저들의 푸른 꿈이 다시 돋아나도록" 가만히 묵상하며 그를, 그녀를, 그들을 기다린다.


#코칭노트 #열일곱번째

#과거와현재를잇는통로 #전의식과의식을잇는다리

#이천시간 #또가보자 #남코치의코칭노트 #남코치의시간 #남상은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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