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기 위해, 이탈리아로

이탈리아 1

by 고빈다

여행에는 여러 측면이 있다. 배우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도, 문화유산을 느끼고 싶어 여행하는 사람도, 맛있는 음식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에는 도피의 측면도 존재한다.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향하고 싶어서, 고요하고 충만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여행을 나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후자의 여행이 나에게 필요했다. 절실하게.


IMG_4876.JPG
IMG_3918.JPG
IMG_3547.JPG


작년 늦여름, 최대한 멀고 좋은 기억이 있었던 로마 피우미치노로 다시 향했다. 게다가 비교적 비행기 값도 싼. (최근에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직항라인을 취항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이탈리아에 다녀올 수 있었다.) 군대를 전역한 날에, 바로 가족들과 유럽여행을 떠났었다. 흔히 전역 뽕이라고 한다. 전역 후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들썩거리며 비행기에 올랐다. 설렘을 안고 마주한 로마의 생경한 광경은 너무나 생생했고, 특히 내가 약 2년간(1년 9개월입니다) 지냈던 환경과는 판이하게 다른 로마의 자유와 파삭거리는 햇빛에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유구한 역사의 도시를 가족들과 이리저리 쏘다닌 기억은 아직도 소중하게 남아있다. 몇년 후, 충분히 지친 채로 그 곳을 다시 찾았다.


IMG_4495.JPG
IMG_4834.JPG
IMG_4408.JPG


봉건제가 무너지고 신분제가 폐지되며 자유로워진 시민들은 자신들의 노동력을 계약을 통해 시장에 자유롭게 팔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은 노동력 외에 추가적으로 무언가 더 내줘야한다는 것이다.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 일을 깊은 바다로 헤엄쳐 심연을 마주하고 다시 돌아오는 일이라고 했다. 소설을 쓰는 일을 하고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하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 매일매일 심연을 마주하며 조금조금씩 자기자신을 내어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마치 모난 돌이 점점 깎여 매끈매끈해지는 것 처럼 말이다. 어떤 이들은 매끈한 자기모습을 보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 때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너에게는 충분한 음식과 안락한 잠자리,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이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너는 스스로를 조금씩 내게 주어야 한다. 언젠가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월급의 달콤한 유혹과 한국인 특유의 평균코스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아직 매일 심연을 마주하고 있다.


모처럼 짬이 나서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잘 쉬기는 쉬었을까. 그리스 신화의 저주에서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었을까. 몇 편의 글들로 이탈리아 구석구석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 들을 나누고 싶다.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어보자.


IMG_3506.JPG
IMG_4055.JPG
IMG_435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