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영써티 직장인의 주도적 인생 살기 프로젝트(4)

4. 구름의 형체

by 영써티

4. 구름의 형체


나는 구름 같은 심연을 지닌 대기업 8년 차 영써티 직장인이다.


심연으로 떨어질 때마다 구름 같다 생각했다.

형체가 없어 바닥인 줄 알았는데 계속 떨어진다.

형체가 없어 붙잡을 것도 없기에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란 불안함이 중력을 더한다.

한 번도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 곳.


그래도 3n 년을 그리 살아온 만큼 나름 다룰 줄은 안다. 심연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나를 바쁘게 몰아세운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일을 시작한다. 일종의 조증인거지.

이렇게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 자신에 대해 알겠다고 이것저것 벌려놓은 것도 다 그 조증의 행동들이다.


구름 밑에는 바다가 있다


지난번에 언급한 내 주변의 반짝이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친구들부터 얘기해 볼까,

내 친구 중에 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친구가 있다. 직업조차 얽매이지 않고 다 그만두고 새로 배워서라도 해내고 마는 친구다.

또 본인 취향을 정확히 아는 친구도 있다.

항상 다정하고 본인에게 충분함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친구도 있다.

다들 처음 만난 십여 년 전과 같이 반짝거리는 친구들이다.


회사에서 만난 반짝이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해 보면,

문제에 대해 두 눈을 반짝이며 현장을 온몸으로 훑고 다니며 해결해 내던, 엔지니어 정신을 몸소 보여주신 존경하는 선배,

일 뿐 아니라 삶에 충실하는 방법을 보여준 사랑하는 동료.


수많은 반짝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내가 밝은 줄 알았는데 홀로 있는 시간에 비로소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다.


아! 구름 밑에는 바다가 있다 말해주는 오랜 연인도 있다.

구름같이 가벼워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다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나라면,

나의 오랜 연인은 고요한 바다로, 때로 바람이 불어 파도로 변해도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낮에는 햇빛에 반짝이고, 밤에는 달빛에 반짝이는 사람.

가끔 내가 구름이라 빛을 가리는 것 같을 때, 귀신같이 그 생각을 알아채고 혼을 쏙 빼놓는 친구다.


내 심연은 형체가 없어 끝을 모르겠지만 그 아래 바다가 있다.

(이 친구와 평생 가지 않으면.. 몹시 민망해지겠군)


…………………………

수많은 반짝거리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열심히 보고 배웠으나 하나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착함과 약함은 때론 같아 보이나 다른 것이다.’

그와 비슷하게 나는 무력하고, 무력하지 않은 이들이 부러웠기에 좋은 사람처럼 보였던 거다.


좋은 가르침들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무력함의 이유는 스스로에 대해 모르고 따라 하기만 바빴기 때문인 것 같다.

진짜 좋은 사람이 되려면, 무력함에서 벗어나려면, 나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그 옛날부터 말한 소크라테스는 정말 최고의 현자다!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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