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비대칭적인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언제나 불균형적이다.
첫인상은 3초면 충분하다.
표정, 말투, 눈빛 한 번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3초의 판단이
관계의 문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하지만 신뢰는
몇 년이 걸린다.
함께 쌓아온 시간,
겪어낸 일들,
서로 미묘하게 이해해 간 흔적들.
신뢰는 단단하지만
단단한 만큼 느리게 자란다.
그런데 마음이 돌아서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어떤 말, 어떤 행동,
혹은 아주 작지만 치명적인 실망 하나로
몇 년 동안 쌓아 올린 신뢰가
순식간에 흔들리기도 한다.
관계의 시간감각은
늘 비대칭적으로 흐른다.
빠르게 시작되고,
느리게 쌓이고,
갑자기 끝난다.
이 비대칭성 때문에
우리는 관계에서 늘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사람은
3초의 인상으로 오래 후회하고,
어떤 사람은
몇 년의 신뢰가 하루 만에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이 비대칭성이
관계의 불완전성을 만드는 동시에
관계의 소중함을 만든다.
금세 생기고
천천히 자라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연결이기에
우리는 더 조심하고,
더 소중히 대하고,
더 깊게 바라보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빠름과 느림,
형성과 소멸이 뒤섞인
복잡한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관계란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고,
내 시간을 강요하지 않는 일이다.
내가 느리게 쌓았다면
상대도 그만큼 느릴 수 있고,
내가 하루 만에 무너졌다면
상대는 아직 그 하루에
도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관계의 시간은
비대칭이지만
그 비대칭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훨씬 더 따뜻하게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