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커피 마시기
어젯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수봉이가 열이 났다. 열이나도 손에 먹을 것을 놓지 않아서, 열이 나는 줄도 몰랐다.
오빠는 열이 나면 식음을 전폐하는데, 동생은 쉴 새 없이 "아~~."를 하며 돌아다니니..
정말 같은 뱃속에서 나와도 다른 성향이다. 그래서 육아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하나보다.
아침에 후다닥 소아과를 다녀오고, 역시 유행성 독감 때문에 소아과는 만원이다. 사실 독감 때문이 아니라 소아과는 언제나 만원이었던 것 같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왜 소아과는 터져나가고 어린이집 입소가 이렇게 힘든가요..ㅠㅠ
아침마다 오빠가 학교를 가면 본인도 가려고 양말을 그렇게 손에 들고 따라 나온다.. 수봉아 너 오라는 데가 없어 너는 못 가~
매일마다 서럽게 문 앞에서 운다.
오빠는 "아.. 부럽다 학교 안 가도 돼서."를 읇조리면서 가지만.. ㅋㅋ
소아과를 다녀오고 후다닥 설거지를 하는 틈에.. 아.. 최연소 커피 교육생이 내가 마시던 커피를 자기 머리 위로 부었다.
하하.. 오.. 커피 향이 느껴지는 그녀구나? 정말 커피 향이 진동을 했다... 와..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ㅎㅎ
그 와중에 손바닥으로 커피도 좀 찍어먹고 있고,
"어때 이번 원두 괜찮지? 산미가 좀 달달하게 느껴지니?" 대화를 시도해 봤다.
이제 키가 많이 자라서 식탁 위에 손이 갈 거라는 것을 간과한
내 잘못이다. ㅠㅠ
커피 한잔의 여유를 모르는 품격 없는 우리 딸은 그렇게 아침부터 목욕 후 잠이 들었다.
수봉아.. 커피는 마시는 거야 머리에 붓는 게 아니라.. 품격 있는 여자로 키우기 힘들다.. ㅋㅋㅋㅋㅋ
빨리 자라서 엄마랑 커피 마시러 다니자! 그때는 얼굴로 먹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