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어제와 같은 날이었다.
늘 다니던 길. 하늘을 가릴 만큼 줄지어 늘어선 건물들, 서로 먼저 가겠다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자동차 틈에서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 체 내 몸이 이끄는 대로 집에 가는 하루를 매일같이 보내다 보면
으레 잃어버린 것들이 생각나곤 한다.
"어라 내가 바랐던 어른의 모습이 이거였을까?"라는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이었다.
모두가 꿈이 대통령이던 시절이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서 위아래로 흰색도 회색도 아닌 내복을 입고 책상에 앉았다. 그 커 보이던 회색빛 종이 한 켠에 나의 꿈과 부모님의 꿈을 적던 곳에
당당하게 '아마추어'라고 적었던 아이가 기억이 난다. 아마추어가 뭔지는 아냐며 황당해하는 엄마한테 나는 그 말이 대통령보다 멋있어 보여서 썼다고 자랑했었다.
물론 어디 가서 자랑할 수는 없었다. 엄마가 밖에서 이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그래도 내 꿈을 적는 칸을 바꾸게 하시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날은 퍽 따뜻했었다.
지금 이 추위 속을 걸어가고 있는 나는 그 꼬마아이가 큰 걸까? 아니면 사회에서 바라는 인간 군상에 그 아이를 억지로 맞춰 끼워 넣은 걸까.
나는 계속 꿈을 꾸며 살아왔다. 한 때는 무대 위의 마이클 잭슨이었고, 주말의 TV 속에 무한도전이었고, 또 언젠가는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개중에 한 가지는 꽤 오랜 시간 열심히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 생각으로 쓸쓸한 한숨을 내쉬고 재킷을 여미며 집으로 가던 길을 재촉하는 발걸음 속에 어릴 적 그 꼬마아이가 내복을 입고 해맑게 웃으며 잔뜩 흥분한 채로 말을 건넨다.
'이거 봐 내 꿈이 이루어졌어.'
나는 내 꿈들을 위해 나의 젊음을 바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아니 실패했었다.
내가 실패했던 목표는 마이클 잭슨이었다. 내 안에 크지 못하고 웅크려 있던 아이한테는 필히 행복하기만 했을 시간이었다.
나는 거대한 우상과 나를 비교하고,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에게 위축되는 삶을 살았지만 내 속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았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혹시 대통령보다 멋있는 꿈을 이뤘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제와 다른 하루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마 내일도 그다음 날도 어제와 같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