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말
너에게 나는
장난삼아 던진 주사위
거북이 등딱지로 점을 쳐
잘못 나온 점괘
사실 그딴 것도 믿지는 않지
친구라도 되고 싶다는 말이 거북하다면
사랑한다는 말은 얼만큼의 부담일까
차마 보내지 못한 편지
잘 쓰기 위해 연거푸 편지지를 구기고
선생님, 늘 제 사랑은 실패의 연속이었죠.
차라리 싫어한다고 말해줬으면
이런 내가 역겹다고, 혐오스럽다고 얘기해줘
자꾸만 너를 앞에 두고는 스물아홉에 미치지 못한 여섯살 어린 아이가 되고
좋아해서 괴롭히고 싶었던
실내화 가방 휘두르던 시절들
너에게만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너를 나보다 사랑해줄 사람은 없을걸
이것만은 지독한 집착에서 피어난 꽃말이었다
네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나도 싫어
잊지 못해 오백년을 산 은행나무가 되었다
둘레를 쟤본다고
양껏 두 팔을 벌려 안아줬으면 하는 마음.
은행나무는 그렇게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