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물리치고

by 사현

하늘 위로 청색 펜을 그으면 은하수가 펼쳐지는 밤이 있었다

허여멀건한 눈이 내리는 하늘에도 청색 분필은 늘 밤하늘로 데려다주었다

펜촉이 다 닳을 때까지 차마 놓지 못했던 것, 그으면 그을 수록 아름다웠던 것


늘 어둠이 지나가길 기다렸는데

나는 스스로가 어둠을 초대한 줄도 몰랐고

도래할 새벽을 바보같이 기다리기만 했던


그런

어린시절


유일했던 성냥 한 개비를 꺼내 밤하늘을 그으면

스파클이 튀던 불꽃놀이의 향연


나는 불꽃이 사그러들지 않기를 염원하며

손목에 일분 일초마다 자상을 긋고

그것은 내가 어슴푸레한 새벽이 밝아오기를 기다렸던 흔적, 기억, 자격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한방울의 피가 떨어질 수록

깊어졌던


살아있다는 방증

이전 06화도트와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