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을 옮았다.

by QWER

어느새 겨울 냄새가 가득하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카페에 도착해 조용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습관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다가 메뉴판을 정독한다. 이 자체도 습관이다. 항상 짧지만 긴 고민 끝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플랫 화이트를 주문해 보았다.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었다. 무척이나 쌀쌀한 날이어서 그런가, 따뜻함과 묵직한 쓴맛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진동벨이 울림과 동시에 핸드폰도 울렸다. 요란스러운 진동벨 소리에 핸드폰을 뒤로하고 우선 커피를 받아온다. 카페에 손님이 적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라테아트에 꽤나 신경을 쓰신 듯했다. 자세히 보니 여러 번 시도한 듯한 티가 난다. 완벽한 것보다 서투른 것을 볼 때 더 웃음이 나는 건 왜일까. 손 떨린 티가 나는 하트와 이걸 열심히 그려내던 누군가를 귀여워하며 한 모금 마셔본다. 그러다 문득 핸드폰 알람이 떠올라 화면을 올려본다.


“오늘부터 많이 춥데 따뜻하게 입자”


따뜻한 커피를 이제 한 입 마셨지만, 이미 온몸이 따뜻하다. 손은 아직 얼음장이지만, 이미 충분히 따뜻하다. 다정한 한 마디의 힘이다. 다정함을 다정함으로, 그리고 내가 느낀 따스함을 따스함으로 전달해 주고 싶어 다시 고민을 시작한다. 짧은 말 한마디인데 이렇게나 어렵다. 고민 끝에 나름대로 예쁘게 답장을 하고, 곧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같은 다정함을 전송한다.


“오늘 많이 추운데 따뜻하게 입었어?”



다정도 병이라던데, 전염성이 꽤 크다. 오늘 나는 다정을 옮았고, 누군가에게 옮길 예정이다. 투명한 문 뒤로 환하게 미소를 머금은 채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저 사람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