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처음 해본 귤 따기 체험 카페 알바 이야기
제주에 왔으니 한 번쯤 귤 따기 알바를 해보고 싶었다.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다 당근 알바에서 '귤체험 카페'에서 급하게 주말 알바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았다.
‘귤을 따든, 귤체험 카페에서 일하든 귤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 딱인데?’ 싶었다.
10년 동안 집에서 컴퓨터 앞에서만 일하다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하는 일이라니. 가기 전날에는 괜히 두근두근했다. “그래도 눈치껏 성실히 하면 되겠지…” 하며 알바를 하러 갔다.
내가 맡게 된 일은 카운터 계산, 귤체험 안내, 따온 귤 포장. 사장님은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힐링’을 주고 싶다며 “따스한 감성을 전해주세요” 라고 하셨다.
문제는… 나는 감메자다.
차라리 설거지가 산더미로 쌓여 있다면, 혹은 하루 종일 귤을 따야 하는 일이라면 정말 1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따스한 감성’이라니.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톤으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포장할 때는 입꼬리를 최대한 올려 “우와~ 귤을 (잘) 따셨네요!” 감탄사까지 넣었다.
친절은 했는데… 따스함은 아니었나 보다. 사장님께서 “그게 아니에요… 더! 더 친근하게! 더 감정 있게!” 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방긋 웃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사장님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 커피를 주셨다. 커피를 못 마시는 나인데, 아메리카노에 귤청이 들어가 정말 달콤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와… 정말 맛있어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박장대소를 하셨다.
“아, 그게 표현의 최대치군요!!”
아마 사장님은 내가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감성적인 사장님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나의 표현 방식이었을 것이다.
나는 집에 와서 고민했다. 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을까? 내 감성의 부족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소설을 안 읽어서 그런가… 등등.
그때 울린 문자 알림음.
사장님이었다.
“3일 더 일해줄 수 있나요? 부탁합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 그래도 괜찮았구나. 나의 쓸모를 인정받는 것 같아 너무 기뻤다.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네~ 감성 한 스푼 가지고 갈게요!”
오늘의 하루가, 귤보다 더 달았다.
P.S. 사장님의 답장 : 넵, 두 스푼 준비해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