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by 송양파

0.

보여지는 걸까, 보는 걸까.


1.

그들에 대해 가만 생각해 보면 참 귀엽다.


2.

매번 연인을 위해 아침에 카페에 들러 따뜻한 라떼를 포장해 가는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은 카페에 도착하기 전, 항상 수고스럽게도 미리 전화를 하여 포장 여부를 밝힌다. 그렇게나 급하게 라떼를 주문하고, 그렇게나 급하게 준비된 라떼를 가져가면서도, 일요일 아침마다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연인을 위해 따뜻한 라떼를 포장해 간다.


라떼를 통해 건네지는 애정은 그것만큼이나 따뜻하고 감동이다.


3.

가끔 점심쯤이 되면,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시는 할아버지께서 카페에 들러 마찬가지로 따뜻한 라떼를 포장해 가신다.


드물게는 앉아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다가 자리를 뜨시는데, 보통은 라떼를 바로 포장해 가신다. 그 라떼를 준비하는 짧은 시간 동안 사장님과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눈다.


그 할아버지는 지금 아마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실 친할아버지와 여러 점이 닮았다. 산책을 꼬박 꼬박하시는 점, 외출할 때 늘 옷차림을 단정하게 신사처럼 갖춰 입으신다는 점, 그리고 본인보다 나이가 한참 적은 종업원에게도 예를 갖추어 존댓말을 쓰신다는 점이 그렇다. 그래서일까, 나는 사장님께 전해 듣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참 좋다. 이야기 속에 담긴 다정함을 느낄 때면, 할아버지를 직접 뵌 적은 많지 않지만 어쩐지 친밀하게 느껴지고, 그 분의 무사를 바라게 된다.


어김없이 라떼를 포장하러 오신 할아버지와 처음으로 직접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내용은 별거 없지만 대화는 그 자체만으로 기분 좋게 기억된다.


사장님께서 먹으라고 내민 떡 세 뭉치. 신사 할아버지께서 주셨다며 건네 주셨는데, 사실 맛이 그렇게 있지는 않았다.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특히 손님 앞에선 가면을 벗지 않아서 반가운 할아버지께 말을 걸까 말까 속으로 수백번 고민하다가 결국 떡을 빌미로 먼저 말을 건넸다.


“저번에 주신 떡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 떡 먹었구나. 그거 좋은 떡이야. 맛있지요.”

“네에 정말요. 잘 먹었어요. 감사해요.”


떡이 맛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서 대화가 진실되진 않지만, 그럼에도 그 떡과, 그 짧디 짧은 대화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할아버지가, 요새는 통 안 보이신다.

우리 카페보다 더 맛있게 라떼를 만드는 카페를 발견하신 거라고, 제발 그러길 바랄 뿐이다.


4.

저녁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한 남자 손님이 오셨다. 그러니까, 아들과 아버지.


따뜻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두 잔 시키곤 말 없이 한참을 계시다가, 음료가 나오자 또 말 없이 한참을 드시더니, 갑자기 아들은 일어나서 생강 과자를 추가로 주문했다. 그러고 둘은 또 말 없이 생강 과자와 음료를 조용히 비웠다.


그렇게 한참 지나자… 아들은 나가며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뒤따라 나가는 할아버지께서는 내 인사를 손을 흔들며 받아주셨다.


침묵 속에서 둘은 무엇을 교류했을까. 관계의 시간을 끌고가는 건 대화가 유일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5.

영화 ‘더 테이블’에는 테이블을 거쳐간 손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서는 손님의 이야기만 다룰뿐, 종업원의 이야기는 일체 다루지 않는데, 어쩌면 그 영화 자체가 종업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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