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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Nov 29. 2017

하늘을 묵상하며

어떤 질문. 그리고 묵상과 고백.

특강을 듣는데 강사가 질문을 던졌다.


“살면서 평소에 여러분이 자주 바라보는 건 뭐예요?”
“어디에 자주 시선을 두세요?”     


 평이한 질문, 받을 법한 질문, 흔한 내용. 그러나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최근 들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까닭이다. 항상 어딘가를 바라보고, 어딘가 시선을 두고 있긴 하지만, 흐리멍덩하였다. 강사가 나를 지정하여 던진 질문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말없이 우물우물 더듬기만 했다.     

 강의실을 나서고, 학교를 나서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어딜 바라보고 사느냐고.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고. 워낙 집을 좋아하니 ‘집’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집은 근처에 와서야 보이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집은 물리적 개념 이상인 ‘존재 기반’이란 의미가 더 커서 ‘자주 바라본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았다.


그 다음으로 ‘하늘을 떠올렸다.

 하늘. 그래, 하늘은 꽤 자주 바라보는 편이다. 가만히 서서, 걸어가면서, 달리면서, 앉아 쉬면서, 방 안 침대에 누워서. 기뻐하고, 슬퍼하며, 사랑하며, 즐거워하며 바라본다. 또는 하나님 들으시라고 찬양하기도 하고, 투덜대기도 하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속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제약 없는 공간, 말없는 친구, 하늘.

 크리스천이 되기 이전에도, 꽤 자주,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석양과 은은한 달빛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하늘을 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서. 특히 지상에 발붙이고 사는 게 몹시 고단하다 여겨질 때, 고개 살짝 들면 이 땅이 아닌, 오히려 더 드넓은 세계가 저기 있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하늘을 바라보다 ‘신이 있을까?’로 촉발된 갖가지 의문과 끊임없는 질문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글을 쓰기 시작한, 한창 세계관을 형성했던, 청소년기에 참 많은 자극을 주었다.

 끝이 없는 망망대공(茫茫大空). 하늘은 참으로 기가 막힌 예술작품이다. 하늘은 단 한 순간도 같은 모양을 한 적이 없다.


 오직 은혜로 크리스천이 된 지금은, 하늘이 참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 감격을 어찌 이루 다 적을까 싶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끝이 없으리. 게다가 아직도 덜 자라고 허물 많은 죄인이라 ‘개독교’에 일조하는 탓에, 뭐라 적기가 참 머쓱하다. 난 언제쯤 성화되어 그리스도를 닮기까지 성숙할까? 절대 내 힘으로는 안 되는 거겠지만.


 하늘을 묵상하다보면, 찬송가 <지금까지 지내온 것>(*링크)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3절은, 하늘에 대해 깊은 소망을 불러일으킨다.


주님 다시 뵈올 날이 날로 날로 날로 다가와

무거운 짐 주께 맡겨 벗을 날도 멀쟎네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고향 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품안에서 영원토록 살리라


 집에 들어가기 전, 고개를 들어 멀리 하늘을 응시했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 지으며 감탄했다. 참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 영화 <동주>에도 잠깐 나오는, '참 아름다워라-'로 시작하는 찬송(*이 곡을 들으며 글을 썼습니다.)을 절로 흥얼거렸다. 아까 그 질문에, 속으로 답했다.


저는 하늘을 바라보며 삽니다.  
앞으로도 '하늘바라기'로 살고 싶네요.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나그네 인생’, ‘진짜 본향은 하늘’이라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삶에 치여 하늘을 잊고 살지 않았는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사는지조차 간과하며 살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 오늘. 이러나저러나 항상 펼쳐져 있는 하늘과, 이를 비롯해 우주만물을 지으시고 온 피조세계에 함께하시는 하나님께, 다만 감사할 따름이다.



이 곡을 들으면서 썼습니다. [참 아름다워라 - 김수지 https://youtu.be/jXLT4ILC6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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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자님께 열려 있습니다 ^^


사진 출처

http://pixabay.com  (이하 작가명)

표지 : "Broin"

1번째 : "Joergse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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