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셋째 날.
오늘 일정은 어제부터 두 가지 안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감귤체험,
그리고 아내를 위한 동백수목원.
고민하다가 동백수목원으로 정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감귤체험은 오히려 더 힘들 것 같았다.
막상 도착해 보니 길이 울퉁불퉁했다.
"여기 유모차 끌기 좀 어렵겠는데."
"그럼 애들은 우리가 볼게. 천천히 구경하고 와."
아내와 형수는 첫째를 데리고 수목원 산책을 나갔고,
나랑 형은 남아서 아이들을 하나씩 맡았다.
날씨는 춥고, 갈 데도 마땅치 않아
휴게실로 들어갔다.
호빵을 사서 겉의 하얀 부분만 떼어 먹여보고,
끙아 한 기저귀도 갈고,
보채는 아이를 안고 토닥토닥.
시간은 왜 이렇게 안 갈까?
한 시간이 지나니
‘언제 오지’ 하는 생각이...
전화를 한번 해 볼까 하는데
형이 툭 말한다.
“그냥 둬. 마음 편하게 놀다 오게.
필요하면 연락하겠지.”
그제야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
성준이를 혼자 돌보는 게 익숙하지 않구나.
그리고,
아내는 늘 이런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었구나.
한 시간 반쯤 지나서 연락이 왔다.
구경 좀 하다가 카페에 들렀고, 이제 나온다고.
“그래. 천천히 와.”
그 말을 하고도 또 시간이 간다.
성준이는 한참 전부터 칭얼대고,
나는 계속 안았다가 달랬다가 다시 안았다가.
"천천히 와"
그렇게 말해놓고,
속으로는 자꾸 '빨리 와 줬으면' 한다.
사십 분 정도가 더 지나서야 아내가 돌아왔다.
“괜찮았어?” 하고 묻는데,
안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다가도
자존심을 내세워 말해본다.
“성준이가 좀 칭얼대긴 했는데
계속 안아주고 달래줬지.
호빵 흰 부분 떼어주니까 잘 먹더라.
근데 계속 안고 있으니까 허리가 아프네.
팔도 아프고.”
괜찮다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고생한 건 알아줬으면 하는 말.
저녁엔 다 같이 흑돼지를 먹으러 갔다.
어린 성준이를 데리고 가는 게 걱정됐지만
‘혹시 얌전히 있지 않을까, 졸려서 자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조금 있었다.
현실은, 고기를 5분씩 번갈아 먹는 식사.
누가 성준이를 보고,
누가 급히 먹고,
또 교대.
그걸 계속 반복했다.
성준이 체력은 왜 이렇게 남아 있을까.
짧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처음엔 후회가 더 컸는데
마지막 날 때쯤 되니
‘그래도 오길 잘했나’ 하는 마음이 슬쩍 든다.
다만...
당분간은 여행을 안 가고 싶다.
너무 힘들긴 했다.
2019.01.29.
생후 26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