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

4화, 수영장이 있는 집

by 한은진

큰아빠 차는 고속도로를 달려 도시를 벗어났다.

점점 길이 넓어지고, 창밖 풍경이 달라졌다.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들을 뒤로하고 하연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리창이 반짝이고 고급스러운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앞으로 너희가 지낼 곳이야."

큰아빠의 말에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입구에는 야자수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아파트 안쪽으로 파란 수영장과 바베큐 공간이 보였다.


커다란 현관 문을 열자 새 집 특유의 냄새가 났다.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멀리 보이는 산,

그리고 오후의 빛이 온 집안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었다.


엄마는 주방을 둘러보며 만족해 했고

아빠는 거실을 둘러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동생은 벌써 발코니로 달려가 소리를 질렀다.

"언니! 진짜 수영장이 보여. 여기 호텔 같아."


그날 저녁, 한국에서 가져온 짐을 다 풀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다같이 발코니에 서서 그 수영장을 한참이나 내려다봤다.

LA의 쨍한 햇빛이 가라앉은 물 위로 불빛이 흔들렸고,

그게 너무 반짝여서

그냥 다 잘될 것만 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잘왔다' 라는 생각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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