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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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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Oct 11. 2020

영어로 미팅하고 오면 속이 터진다.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헝헝헝.... 1시간이상 하는 미팅은 정말 미팅 후 후유증이 너무 크다... "왜 이렇게 재데로 설명하기 못했을까", "왜 내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을까", "왜 다시 쉽게 얘기해달라고 물어보지 못했을까..." 헝헝헝....


그럼에도 지금 일을 할 수 있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하나가 되어 같이 돌아가고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일이 끝나면 혼자서 진짜 공부하자하자 마음을 먹는데, 재택임에도 저녁만 먹고나면 넉다운이다. 진짜 가끔은 내가 일을 하고 있는게 신기할 따름이고 마음이 급할때는 구글번역기를 돌리고 있으면 이러면 안되는데 하다가도 뭔가 상대방이 미쓰 언데스텐딩이 있으면 안되닌깐 의지하게 된다. 


그래도 준비해서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맥락과 중요 포인트를 잘 준비해서 반응이 좋다. 그런데 그런 것도 다른 사람은 준비없이 그냥 바로바로 되는데 나는 바로 설명하려면 꼭 똑같은 말을 몇번씩이나 바보처럼 하고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 너무 힘이 빠진다. 그래도 지금 10년동안 디자인을 해서 그런지 나의 리서취 결과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그것때문에 내가 호주회사를 다닐 수 있지만 내가 나의 영어에 대한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지 못해 기운을 쭉쭉 빠지게 만들어 문제이다.


남들보다 나는 2-3배를 시간을 들여 일을 해야 한다. 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하는데 한번 읽어서 안되니 단어도 찾아야 하고 문법이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 안되닌깐 그 맥락과 뉘앙스를 이해하느라 하루종일 걸린다. 디자인을 다 해도 그걸 설명하는 디스크립션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얘기해야 내 마음이 편하고 다들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한다... 나의 수준은 이제 막 걷기 시작했는데, 마라톤을 해야 하는 현장에 있는 기분인데 그렇다고 포기 할 수 없는게 이렇게라도 나는 던져놓지 않으면 나는 다시 기어가는 수준의 영어를 할 것이다. 헝헝헝...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인정하는게 너무 힘들다. 늘 행간을 이해하고 모든 상황과 팀원을 고려해 팀을 리딩했던 리더로써 한국 회사의 이전의 내 모습데로 할 수 없고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수많은 물음표들로 가득찬 머리속을 견디지 못하는 내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저번주에는 디렉터가 하는 말이 내가 2달 걸릴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3주만에 해내고 다른 PM들도 나의 업무 방식과 리딩에 좋은 피드백을 주었다고 했다. 나도 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시간내서 영어공부하고 조금 만 더 내려놓고 많이 물어보고 하면 되는데 마음이 급해서 늘 마음이 급해서 뭔가 조급하게 나를 만든다. 어쩌면 다들 내 영어에 아무렇지 않아하는데 나 혼자 원어민 수준으로 기대치를 만들어 나를 힘들게 하는거 같다. 


점심을 먹고 과일을 깍다 손을 베었다. 남편이 나에게 그런다.

"급하게 하려고 하지마.천천히 해. 아무도 너 안 따라와". 


헝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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