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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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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ep 03. 2020

너무 잘하려고 했다

매사에 너무 잘하고 싶었다. 뭔가 흠이 없이 뭐든 잘해내고 싶었다. 나 잘하고 있다고 듣고 싶었고 잘 해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난 완벽주의자라는 가면에 나의 부족한 것만 생각해내고 그것에 따른 경우에 수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매꾸려 노력했다. 기준점이 있음에도 내가 만든 다른 기준점은 항상 그 위였다. 그 기준점에 도달해야 겨우 한 것처럼 느껴졌고 다들 잘했다 해도 내가 그 기준점에 도달하지 않았을 때 나를 냉정하게 채찍질했다. 안 좋은 피드백에 민감했고 그런 피드백에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없는 스토리까지 만들어 그 상황에 또 나를 모질게 했다. 그렇게 했음에도 정작 마지막에 눈치를 살피는 사람은 나였고 그게 끝없이 반복이었다.


어딘가에 마음 편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을 쉼없이 찾았고 그게 백프로 마음이 놓일 자리가 아니라 느끼면 또 다른 마음 쉴 자리를 찾느라 바빴다. 현실을 피하고 싶은건지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점을 피하고 싶은 건지 계속 새로운 것에서 새로운 감정을 찾느라 지도에 없는 길을 헤메는 기분이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나를 맞추려다 지쳐 그 사람이 평가한 내 자신에 그게 나 인줄 알고 또 모질게 나를 몰아세웠다. 그것은 실상도 아닐 뿐더러 진짜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을 평가하기 좋아하고 단면의 나의 모습만 보며 그들의 입장에서 나를 다 안 것처럼 얘기한 것 뿐 인데 나는 그것이 다 맞는 말인 것처럼 나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들은 좋은 해결책을 갖고 있을 것 같아 그들에게 묻곤 했었다.


모두가 나랑 다르고 모두가 같을 수가 없다. 그들이 말하는 내가 나 일수도 있지만 나는 사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일 경우가 많고 모두가 남에 대해 조언을 주고 평가하고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나 또한 그렇다. 가장 맛있는 안주가 뒷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도 영혼없이 앞뒤가 안맞는 말로 여기 없는 사람을 매우 냉정하게 말할때도 있고 당사자가 귓등으로 듣지 않을 조언을 열을 내서 하지 않는가.


내가 그렇게 소중하다 생각했던 나의 30년간의 인연들이 호주생활 4년으로 모조리 정리되었다. 가끔 안부를 묻고 서로 애잔한 마음을 짧은 대화로 마무리 할때가 많다. 그렇게 오래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주 깨끗하게 사라지고 다시 이곳에서 나와 같은 경험과 마음이 맞는 여기 친구들로 채워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여기와 살면서 나의 기준점을 무너트리는 일들이 많았다. 호주에서 남편과 시부모님이 계시기때문에 한국문화를 버리고 완전 외국스타일처럼 살지 않지만 그래도 보다 더 오픈 마인드를 갖게 되고 다민족이 살기때문에 서로가 다른게 너무나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서로의 배경과 문화, 가치관을 존중하고 상식이 벗어나지 않은 행동이 아닌 이상 서로 더 웃으면서 넘어갈 일이 많아진다. 


가끔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 문화에서 온 친구들의 말에 더 깜짝 놀랄때도 있고, 너무 애둘러 얘기하거나 다 좋다고 말해서 진짜 의미가 모를 때도 있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어떠한 세상과 문화의 기준점에 나를 비교해서 말하지 않는다. 나만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내가 일하면서 느낀 것은 뭔가 너무 애써서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열심히 하지만 남들의 눈치과 관심에 나의 기준점을 만드는 것 같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나라에서는 나의 한국에서 살았던 내 모습으로 살려니 힘들때가 많았은데 점점 나를 깨려고 노력한다. 너무 나를 어딘가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고 나 있는 그대로 하던데로 하면서 잘하려고 없는 힘까지 내진 않는다. 뭔가 요즘은 흘러가는데로 그냥 두는 기분이다. 혹여 그게 답이 아니더라도 이 과정속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또 그때그때 맞는 기회가 순간 순간 주어지닌깐 적당히 쉬어가며 나에게 집중하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좀 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떨때 마음이 편한지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올바른 선택과 설명을 할 수 있는지 내 방식이 점점생긴다. 이건 타지에 살아서 그런것보다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사실 이렇게 말로만 "좋은 것 같다"라고 세상 깨닭은 사람처럼 얘기하지만 나는 당장 담주 일부터 걱정에 어제 친구들이랑 만난 줌 미팅에 말 실수들을 후회하고 있다. 여튼 결론은 빡빡했던 내 삶에 여유가 확실히 생겼다. 그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환경적인 요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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