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3차
2줄을 또 보았다. 그래 네가 또 왔구나 싶다가도 다시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때가 두려워 차마 크게 기뻐하지도 못하고 아무에게도 알릴 수도 없었다. 네가 왔다가... 갔다. 네가 어찌나 버티려고 노력하는지 너를 있던 13일 동안 나의 오른쪽 자궁은 매일 엄청난 찌르는 고통에 있었다. 네가 견디려고 뿌리를 어떻게 내려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나는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스트레스라도 받지 않으려고 일하다가도 아파오면 바로 잠깐이라도 자려고 노력했어. 네가 왔다 다시 흐려졌다 12일 다시 진해졌다. 13일 다시 흐려졌다... 서서히 네가 떠나고 있다. 이번에도 네가 아녔다가 내가 너를 맞이하지도 못하고 크게 기뻐하지도 못하고 다시 네가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1차 피검 98, 2차 피검 60. 약을 중단하고 네가 떠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60인 네가 0이 될 때 네가 완전히 나의 곁을 떠날 때 나는 비로써 완전히 기뻐할 수 있으려나.. 1차 소파 수술은 나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 2줄 조차 두려워지게 되었어.. 더 머무리다 소파수술까지 안 가게 해 준 너에게,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것 같아 먼저 저버린 너에게 고마워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정말 불안하고 힘든 이유는 뭘까 허무한 걸까 다시 지루한 병원행을 해야 해서 그런 걸까. 내가 3번이나 지키지 못한 나의 배아들에게 미안한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지나간 일이고 이것을 계속 곱씹다가는 내가 더 멍들어 버린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망가져 버린다.
호르몬 약만 끊었는데 죽고 싶었던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뭐든 긍정적인 평범했던 나로 돌아왔다. 늘 목표가 없다 생각했고 너무 이 이민 삶조차 회사생활도 무료하게 느껴졌는데 호르몬 약을 잠시 끊었다고 다시 뭐든 집중해서 할 수 있고 뭐든 그 이상의 힘이 나타난다.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남편이랑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친한 친구이다. 이 지루하고 지루한 여정을 남편이랑 같이 하닌깐 그래도 할 수 있다. 그래 언젠간 우리 아이가 될 네가 나에게 착 달라붙겠지. 그래서 떨어지지도 않고 나에게 착 달라붙을 거야. 나는 너를 만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게. 이제 11개 남았고 A등급은 3개닌깐 나는 3번까지는 더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해보자.
나에게 올 아기야.. 나는 사실 임신 사람들 사진도 보지 못해. 임신한 인친도 다 끊었어. 지나가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도 눈길도 깊이 주지 못해 왜냐면 나는 너무 널 기다리고 있는데 나가 내 자신한테 미안할까 봐.. 난 그만큼 힘들게 견뎌내고 있단다. 나에게 올 아가야.. 나는 포기하지 않을게. 내 자궁은 괜찮다고 하니깐 내 자궁을 탓하진 않을게. 그럼 너무 슬퍼지거든. 그냥 네가 아니라 붙지 않은 거라 생각하자. 그래도 1,2,3차 붙으려고 노력했던 두줄을 모두 봤으니 나는 포기하지 않을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그만큼 힘들어서 그래... 나도 나를 낳아준 울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나에게 올 아가야... 나는 포기하지 않을게. 너도 병원 냉장고에 있다가 내 자궁을 상상하며 어떻게 서든 잘 붙어 있을 궁리만 하거라... 나는 너를 만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게... 그래도 어딘가에 네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을게...
3차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가 떠나가고 있어도 나는 너무 슬프구나. 오늘도 너무 오른쪽 자궁이 아픈데 이 아픈 게 서서히 줄고 있어서 네가 떠나고 있구나 싶어. 그래도 나는 엄청 아파도 네가 있다는 것 같아 그 아픈 도 참 좋았다. 3차야 혹여나 내가 잘못해서 떠난 거라면 너를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너를 떠나보내며 내가 너무 슬프다. 다들 내 탓이 아니더라도 나는 내 탓을 할 수밖에 없어. 그건 너랑 나만 아는 거닌 깐. 어제 60이라고 했으니 오늘은 완전히 떠났니? 아직 떠나고 있는 중이니... 13일 동안 매일 밤 배에 손을 대고 간절히 기도했어. 오늘도 기도하고 잘게. 너무 이쁘고 똥그랬던 네가 내 안에 들어올 땐 정말 행복했었어. 네가 잠시 온 것도 내가 크게 기뻐하지 못해 줘서 정말 미안해. 다음에 누가 다시 와도 세상 처음인 것처럼 기뻐할게. 잘 가거라.. 3차야 미안해..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