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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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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ep 18. 2022

어떻게 사느냐가..

해외살이 푸념

아기를 낳고 한국을 더 그리워했다. 만약 이런 상황에 나는 한국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병원에 전화하는 것도 아기 관련해서 물어보는 것도 더 쉬웠을까 더 나답게 살고 더 나다운 삶을 잘 살고 싶었다. 이렇게 말도 안 통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 조차 잘 해낼 수 없는 나라에 살며 한국말하고 한국음식에 한국 드라마나 챙겨보는 내가 더 작은 한국에서 더 어렵게 살고 있는 것 같아 한국에 가서 나답게 아기도 키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남편에게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 목적 없는 이유를 만들어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이곳에 살면서 어떻게 서든 할 수 있는 것도 남편이라는 쉬운 방법이 있으니 병원도 아기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회사에 쓰는 이메일도 모두 남편을 의지하고 나 스스로가 나를 제대로 써먹지 않고 있었다. 내가 어설프게 하느니 차라리 남편이 제대로 하는 것이 상대방이 더 알아듣기도 쉽고 정확하게 말하니 그 방법으로 지금까지 버티며 지냈다. 


이제 아기도 생기고 내가 이곳에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영어라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고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어찌 생존 영어로 회사에서 매니저이고 호주에 가까운 친구도 있고 뭐 사는 게 지장이 없다 생각하다 보니 더 여기에서 발전이 없고 내가 아는 것만큼만 비교하게 되니 더 한국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의 내가 일하는 IT직종은 야근도 많고 내가 했던 사회생활은 불필요한 관계와대화, 평범한 사람으로 보여야 했다. 늘 바쁘게 살아야 했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살아왔던 것 같다. 여기 호주도 많이 다르진 않지만 3곳에서의 5년간 회사생활은 내 일만 잘 해내면 그 어떤 것도 나를 평가하는데 지장은 없다. 


어디에 살던 무엇을 하든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어떻게 마음을 먹는지와 그 마음이 가끔 잊힐 때쯤 다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렇게 마음을 먹는 게 정말 쉽지가 않다. 나는 호주에 살든 한국에 살듯 현재 내가 우리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 나의 가족이 모두 행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해볼 것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건데 이것도 안 해보고 나는 여기에 못살아 한다고 말하기엔 다른 핑계와 이유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또는 당연하게도 멜버른에서 6년을 살아도 내가 나답게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호주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호주 회사에 다니고 호주 사람들처럼 아기를 키우고 하면 내가 여기에 사는 기분이 들고 여기서도 행복할까? 나는 27년을 한국에서만 살았는데 나를 확 바꿔 호주에서 살았던 호주 사람처럼 되라는 게 맞는 말인가. 그렇다고 한국 친구들만 만나고 한국 음식에 한인 교회에 한국 회사를 다니면서 몸만 호주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두 개를 잘 발란스를 맞춰서 살면 참 좋다.


사실 지금 그렇게 비슷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 마음이 외롭고 지칠 땐 쉬운 한국말이 마음을 표현하기 쉽고 정서가 통하는 한국 드라마에 넋을 잃고 보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한국에 더 마음이 기우는 나에게 발란스를 맞추는 건 참 쉽지가 않다. 정서가 통하는 한국인 친구랑 같이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고 마음도 편한데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있다 집에 오면 기가 빨린 듯 기절해 뻗게 되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갸들이 무슨 얘길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반만 듣고 반만 들리는 삶을 계속 살 텐데 이게 조금이라도 수월해지게 하는 게 내가 여기에서 살아남는 법을 내 방식데로 만들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야 할 것 이다. 한국에서도 내가 행복하게 사는게 뭔지 몰랐는데 지금 당장 내가 여기에서 행복하자. 하고 바로 되진 않겠지만 너무 한국을 그리워하고 비교하면서 외로운 사람처럼 지내다간 나만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다시 한국이 그리워지는 마음이 들때는 나는 이곳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내가 되기로 했다고 마음먹은 이 순간을 잊지 말자. 다시 한국에 대한 향수가 밀려오면 한국 빵집도 가보고 한인 교회도 가보고 좋아하는 한국 친구들도 만나고 여기에서 내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아마 한국에서 살았아도 또 다른 곳을 로망 했을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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