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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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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Nov 25. 2021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고 싶다.

막연하게 해외에서 살면 뭔가 더 자유로울 것 같고 나 같이 어딘가에 메여있기 좋아하지 않은 나의 채질은 한국의 정형화된 틀에서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늘 해외에서의 삶을 꿈 꾸었다. 꿈만 꾸었지 나는 강남의 아주 큰 건물에 있는 회사에서 1평자리 남짓 내 자리를 떠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휴가나 연휴에는 해외에 나가서 다른 경험을 해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던 것 같다. 이 회사에서는 나의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딱 2천만원이 모이면 아주 멋있게 퇴사를 한 뒤 유럽여행을 가는게 목표였으나 딱 2천만원이 모였을때 나는 그 돈을 모조리 결혼식에 썼고 결혼과 이민을 이유로 퇴사를 했다. 지금은 호주에 사는 남자를 만나 유럽 여행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인 호주에 와서 이렇게 살고 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나는 여기에서 진정한 자유를 지금 누리고 있을까? 계속 무엇가를 해내야 하고 채워야 하는 결혼이라는 관계 아래 여기에서의 5년은 주구장창 무엇가를 해내야만 했다. 나는 자유롭지 못했거나 자유로워지는 법을 알지 못했을 수 있다. 엄마 아빠가 있는 나의 가족과 한국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또 새로운 것에 메여 나의 새로운 가족이 된 남편과 새로운 목표를 위해 또 뭔가 열심히 채우고 뭔가 열심히 해왔다. 사실 나는 진짜 자유가 뭔지 모를 수 있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task를 계속 헤치워야 하는 것이 내가 더 마음이 편한 쪽일수도.. 


이민을 왔다고 달라진건 없었다. 계속 일을 했고 먹고 살려면 해야만 했고 호주의 회사에 계속 지원을 하고 낙방을 하길 반복했고 울고 또 지원하고 이방인처럼 살기 싫어 바둥거리다 이제는 이방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 있는 그대로 살기로 마음 먹은 뒤 한국 이름도 그대로 쓰고 강아지도 두마리나 입양하고 은행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결혼을 했으니 애기도 있었음 해서 또 어렵게 임신을 해서 지금 25주이다. 오늘 문득 호주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어느정도 살만하니 나 진짜 잘 살고 있나 싶다.


뭔갈 끝임없이 했는데 그리고 해왔는데 나 정말 잘해왔다고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렵게 갖은 이 아이가 태어나면 또 다른 Task들이 생기겠기고 진짜 내가 원했던 자유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내 삶에서 당분간 존재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유롭지만 자유롭고 싶지 않다. 메이고 싶지않지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 누군가의 존재가 되고 싶지만 또 나 혼자로도 행복하고 싶다. 혼자 이고 싶지만 혼자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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