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May 29. 2021

목표가 딱히 없다.

20대에는 가고 싶은 곳도 되고 사람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 앞에 목표만 보고 달렸다. 신나고 설레고 도전하고 싶고 뭔가 이루어 나가는 듯했다. 내 한계를 뛰어넘으면 좀 더 성장한 내가 된 것 같았다.


큰 시련을 두 번 겪고 나니 목표가 굳이 필요 있나 싶었다. 목표가 있어도 암같이 몸이 아프고 나면 이룬 것도 이루고 싶었던 것도 부질 없어진다.


회사에 잘 다니고 다음 프로젝트나 잘하고 눈에 거슬리는 팀원이 있어도 날뛰게 두고 보면 알아서 지치거나 다들 알고 있다는 것도 알고.. 모기지나 갚고 소소한 용돈으로 주말에 카페 가서 브런치나 하는 게 낛이지 뭐 아주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도 않고 뭐 딱히 엄청난 삶의 목표가 없고 그걸 생각하는 것도 차 귀찮고 부담스럽다.


다들 나처럼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난 뭐 만족하긴 하는데 우리 상담 선생님은 작은 목표,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라도 세워보라 하신다.


목표를 세워두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거나 이루는 과정이 더디었을 때 나 자신을 재촉하고 자기 비난으로 점점 더 의욕이 없어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 두려워 목표를 세우는 것이 사실 두렵다. 10개 중 9개를 해내고 1개를 못하면 그 1개에 빨간 줄을 두세 번 긋고 왜 이걸 못했는지에만 탓한다. 9개 해낸 것에 9개의 노란 칭찬 별표를 줄 수 있는데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목표도 계속되는 시험관 실패로 기대조차 이젠 하지 않고 다음 차수를 시도하고 영어를 좀 더 잘하고 싶은 공부 목표도 급할 땐 번역기가 편하다. 엄마가 보고파도 갈 수가 없다.


남들에게 쉬운 것이 나에겐 이리 어렵나 하다가도 나에겐 너무나 쉬운 게 남들에겐 너무나 어려울 수 있다.


다들 어찌 목표를 세우고 빽빽한 노트를 채워나가는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민은 불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