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4] 설득되지 못한 마음(완결)

단편소설 3

by 최지윤

4부. 설득의 피로와 안도


어느 순간부터 영희는 깨닫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힘든 게 아니라, 자꾸만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이 힘들다는 걸.


상혁은 여전히 성실했다. 출근하면


“오늘은 광어가 좋아요.”


점심 장사가 끝나면,


“오늘은 단체 손님이 많았어요.”


퇴근하면


“이제 집 가요. 영희 씨는요?”


그의 하루는 정직하게 도착했다. 빠짐없이, 꾸밈없이. 처음엔 그 성실함이 고마웠다. 연애라는 게 이렇게 투명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연속해서 울리는 카톡 알림음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 지금 시장이에요.

– 형님이 오늘은 일찍 끝내래요.

저녁은 뭐 먹었어요?

– 사진 보내도 돼요?


영희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답장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 정도는 예의니까. 손가락이 멈췄다.

‘나는 왜 이렇게 애쓰고 있지?’


그 순간, 깨달음이 아주 단순한 얼굴로 다가왔다. 상혁이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상혁은 잘못한 게 없었다. 힘든 건, 그와의 관계가 옳다는 걸 자기 자신에게 계속 증명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 사람이 더 낫다고. 이 사람이 더 안정적이라고. 이 사람이랑 이면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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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 전 철학을 전공했고, 강의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해석해 왔습니다. 뇌출혈 이후 재활의 시간을 지나며 몸과 마음을 다시 배우며 더 깊어진 시선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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