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문제: 결단의 문제
살아가다 보면, 무수한 선택지들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몰라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런 갈등 상황이 벌어지는 데는
여러 요소가 원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결정이 내려진 후 돌이켜보면
외부적인 요소보다는 내적인 요소가
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갈등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지. 그러나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있고,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상황들이 벌어지기에 우리는 갈등할 수밖에 없다.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 내가 선택한 행위와 대안 행위 (alternative action)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답은 오히려 분명해진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충돌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은 사실 정도의 문제들이 많다.
내가 강의를 하면서 잘 드는 예(예전에 보따리 장수 할 때)로 머리카락 한 가닥이 난 사람은 대머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두 가닥이 난 사람은? 세 가닥이 나서 땋았다면? 이러면 학생들은 깔깔대고 웃는다. 다시 묻는다.
내 머리카락에서 한 가닥을 뽑으면 나는 대머리인가? 두 가닥을 뽑으면? 세 가닥은?
이런 식의 질문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점차 농담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100점 만점에 1점 맞은 학생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인가? 100점 만점에 99점을 맞은 학생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인가?
자, 선을 그어 봅시다.
그 안에 칸을 나누어간다.
어느 순간 학생들은
대머리와 대머리 아님,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결정하는 것이 정도의 문제임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1점이나 99점이나 다 공부를 잘하거나 혹은 못하는 학생이라고 해야 하는가? 머리카락 한 가닥이 난 사람과 나를 대머리라고 해야 하나, 혹은 대머리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결국 그 둘을 나누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결단(decision)의 문제이다.
살아가면서 무수한 정도의 문제들 사이에 내가 갈등을 해결할 때는 결국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단을 내리는 행위가 대안 행위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너무도 답이 분명해서, 혹은 계산되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들은 어쩌면 갈등 자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어리석은 선택만 있을 뿐....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행위와 대안 행위가 낳을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거나 혹은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단은 내가 내리는 것이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려지기까지 적어도 내 마음에 솔직했다면.. 그 결과는 감수해야 할 몫이다.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은 사실 두 마음 사이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지,
마음 자체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아니다.
나를 속이던 것들이 드러나는 순간.....
그 솔직함에 그 진실에 당당히 맞대면한다면,
그때는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