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일상 속으로 #004

04. 슬기로운 환자생활을 하고 싶다.

by 낭만털형

휴직을 하기 전, 두 달의 기간, 재택근무를 했었다.

누가 그런 고마운 결정을 했는지 말단 사원 따위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혹시 출퇴근 지옥철을 피하면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까?" 어떤 이의 말처럼, 팀원들의 배려가 더해지고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나, 이러다 회복이 되는 거 아니야, 작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회사가 이렇게나 따뜻한 곳이었나 싶은, 꿈보다 해몽이지요).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런 흐름엔 희망이 절망이 되어 돌아오는, 위기가 찾아오는 스토리가 많은데 내심 걱정이 되더라고.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측에서 심심할까 봐 주는 적당한 업무와 관심으로 나름 즐거운 두 달이었다.


아쉽게도 눈에 띄는 몸의 변화는 없었지만 심리적 안정, 체중 유지, 충분한 수면 등 좋은 변화도 있었다. 거기까지, 세상사 긍정적인 마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희귀한 사람이 쉽게 된 거는 아니지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그것도 엄청나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재택근무를 잘 활용해 보기로 했다. 일을 하면서 적당히 다른 짓을 하는, 먼저 개인 PC와 아이패드를 사무용 PC 좌우에 배치를 했다. 정신 건강에는 책을 읽는 게 좋겠지만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행위, 일을 하는 중이라 그나마 멀티가 가능한 영상 보는 것을 선택했다. 볼 수 있는 화면이 추가되어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근무 시간이었다(조금의 여유가 있었을 뿐이고 일은 잘하고 있는 상태).


그렇게 시작했던 게 ‘슬기로운 의사생활‘ 다시 보기였다. 처음 봤을 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과 그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사랑하는 의사들의 이야기. 나의 상황이 상황인 지라 이번엔 환자에게 시선이 갔다. 몇 화 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힘들었던 복잡했던 숨기고 싶었던 감정이 와르르 쏟아진 장면이 있었다.


불행은 너무 강한 느낌이라, 왠지 진짜 불행해질 것 같아서 그냥 불편으로 생각을 해봤다. 나를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쁜 놈은 확실하게 아니다. 현재 불편한 일이 생겼을 뿐이라고. 아는 분 중에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주변에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간혹 영화에서 보고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그런 나쁜 일이 예고 없이 나를 찾아왔다. ​필연적으로 이런 나쁜 일은 나쁜 상황을 데려 온다. 운동을 함께 했던, 밥을 함께 먹던, 술을 함께 즐기던, 커피와 함께 삶을 이야기했던...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래선 슬기로운 환자생활을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렇다... 몇몇 인연은 가볍다 못해 찢어질 정도로 얇음을 알게 해 준 지금이 슬프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옆에 남아… 없다, 뒤에 있나 보다? 물론 알고 있다. 나쁜 일은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지고 행복과 새로운 인연이 찾아올 것이라는 걸! 아름다운 연인도 함께!! 절로 웃음이 나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