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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0cm 꼬마의 현재 진행형(ing) 삶

당신이 160이 넘는다면, 나보다 행복할 요건을 하나는 더 가지고 있다

by 반백수 남편

성공 대신 행복을 택했다고 우기는 중년의 하루


1970년에 태어난 106만 명 중, 한 명으로 55년을 버티며 살아있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나 항상 맨 앞줄이었던 '꼬마'. 키순으로 번호를 매기던 시절, 제 번호는 언제나 1번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160이 넘는다면, 이미 나보다 행복할 요건을 하나는 더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작은 몸으로도 매일 행복을 쟁취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책임지는 '반백수'의 하루 루틴


저의 하루는 '평균적이지 않다'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식구들 아침을 준비한 후, 수영하고 게임을 하면서 하루를 지냅니다. 이 루틴은 거창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누군가에겐 '비루하게' 비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세 번이나 실패하고, '사장님'이 아닌 '반백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는 중년 남자가 아침에 여유롭게 수영하고 게임을 한다? 세상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어찌 하루하루를 허송세월로 보내느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이 삶은 온전히 내가 책임지는 나만의 삶입니다. 점심을 간단히 챙겨 먹고, 어울리지 않는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경기대학교 행복캠퍼스 평생교육원. 오늘은 두 달 넘게 진행된 생애 전환 과정의 수료식이 있는 날입니다.


9월부터 시작했던 생애 전환 과정을 비롯해 성인 진로 지도사, 디지털리터러시 강사 과정, 시니어인지 미술 지도사 과정까지. 반백수의 늦깎이 도전이 맺은 소중한 결실입니다.

막노동을 하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든, 그것을 허송세월로 만드느냐는 결국 제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저는 이 시간에 '새로운 자산'을 공부하고, 글을 씁니다.

남의 비웃음이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함'은, 늦깎이 배움과 수많은 실패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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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준 가장 큰 선물, 뻔뻔함 (feat. 단단함)


저의 삶 자체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실패의 연속 속에서 제가 다시 도전하고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죠(물론 당시에는 그런 용어조차 몰랐죠).


저는 성공한 유명인이나 부자가 아님에도 '현재를 행복하게 살고 있고 행복하다'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실패를 통해 얻은 '자아(自兒)' 때문입니다. 50년 동안 남의 시선과 세상의 성공 기준만 바라봤는데, 늦은 공부 덕분에 비로소 내 속을 들여다보게 된 것입니다.


성공은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남지만, 실패는 나를 길러내는 경험으로 쌓였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것도 아니면서 거창하게 '도전'이라 말하지만, 매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내면의 OS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 자체가 저의 가장 큰 도전이자 성공입니다.


배움은 제게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게 해 주었고, 더 이상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뻔뻔함(혹은 단단함)을 주었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지식의 길을 거닐고 있는 '배우는 반백수'.

삶은 완성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ing)'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지금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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