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의 추억
붉다. 노을이 참 붉다. 노을 속에는 오리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꼴뚜기도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소풍놀이 즐긴다. 가오리는 공중제비를 선보이며 불빛을 쫓으며 따라온다. 서산의 해넘이 붉은 노을은 구름에게 다가가 살며시 숨을 쉬는 생명을 창조하라 이르는 듯하다. 해넘이 시간에 하늘은 붉디붉은 불새가 날개를 펼치듯 아름답고 예쁜 붉은 세상을 만든다.
자연의 다채로운 빛은 다 태양의 힘이다. 사물은 태양이 보내는 빛에 반사된 피사체로 빛을 발한다. 해 질 녘 세상은 인공의 불빛이 어둠을 집어삼킨다. 전기 에너지가 낮의 해를 대신한다. 암흑을 밝히는 등불인가 했는데, 암흑 속을 뚫고 나갈 길을 안내하듯 빛이 길을 연다.
어스름이 다가오는 시간에는 노을 낀 하늘과 어둠을 먹은 산이 대조를 이룬다. 명암의 대비가 선명하다. 노을이 그린 구름화가 회색 빛으로 형상을 만들고 작가는 그 형상에 상상의 생명을 불어넣는다. 검은 산과 들에는 인공의 전기가 하얀빛으로 바뀌어 움직이는 생명들에게 길을 안내하니 그 활동의 동선이 새벽을 밝히는 등불 같다. 밤의 빛은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자연이 만드는 것은 진정한 예술이다. 순간순간으로 변화의 마술을 보여준다. 모방이 없고 재창조가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경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밤은 밤의 불빛이 어둠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낮은 햇살이 만물에게 생명의 불빛을 선물하여 결실을 맺게 한다.
세월은 흘러간다. 강물도 흐른다. 소리 없이 조용히 흘러 흘러간다.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아니 돌고 돌아 윤회할지라도 불빛의 흔적, 추억은 아른거릴 수밖에 없다. 지나간 것은 지나 간 대로 추억만 남길뿐이다. 어제와 오늘은 같은 해가 솟지 않는다. 날마다 새로움이지. 저녁노을이 참 붉다. 내일은 볼 수 없기에 더 붉다. 내일은 내일의 노을과 구름과 산이 검붉은 그림을 그리겠지? 불빛은 어제도, 오늘도 쉼 없이 그리고 또 그린다고 그렇게 홀로 외로이 속삭인다.
2025. 12. 03. 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