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서 오는가
아침 공기가 차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몸이 반응한다. 혈압이 오른다. 137에 89! 경계해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고혈압 전단계! 걱정이 앞서고 마음은 왠지 모를 찜찜함을 담고 걸음도 활기를 잃는다. 마음은 어디서 와서 내게 머무는가? 정보의 홍수라 어디서나 매 시간 체크할 수 있는 기온이 긴장을 조성한다. 모르면 지나갈 것을 알기에 염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추울 때 혈압이 상승한다고 알려주니, 조금만 추워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염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달라, 같은 마음을 읽을 수가 없다. 사람은 나이, 성, 지적 수준, 사회적 위치, 경제 여건 등의 인문사회적 요소뿐 아니라 다른 자연환경의 반복적인 노출로 형성되는 개인의 인식, 취향, 성격 등 다양한 요인의 작용으로 외부에 상이한 반응을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마음이 생겨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이 생겨난 것은 분명한데, 상황에 대응하는 마음의 씀씀이 제각각이다. 측은하고 애잔하고 또 보듬고 싶은 다양한 마음이 꿈틀 한다. 사단칠정과 같은 어려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의 색깔이 다양함을 안다. 외부 환경의 자극에 반응하는 감성이 다양한 정서가 이입된 감정, 정감으로 마음을 드러낸다. 분명 가슴의 저 깊은 곳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잔잔한 호수의 가장 깊은 곳에는 빛도 소리도 없어 어둡고 고요한데, 마음 깊은 곳 즉 심연도 아무것도 없는 무일 텐데, 도대체 왜 소용돌이치는가 말이다. 호수의 물결이야 바람의 장난이라 하더라도 광활한 우주처럼 넓은 심연은 아무것도 없는 듯이 있다가 희로애락으로 드러나는가 말이다.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으나, 오는 것은 오지 않음보다 인간적이지 않는가?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느끼고 드러내는 마음이 인간다움이다. 사람이기에 가슴이 있어 느끼고 감동하고, 생각이 있기에 상황에 맞게 정서를 표현하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공감이 가능하다. 그러니 마음이 있어서 인간인 것이다.
마음은 어디서 오는가?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한데,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다. 표출되지 않은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은 자극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함께 작용하여 나타난다. 사람마다 외부환경을 수용하는 능력이 다르고, 선택적 자유에 따라 동일 조건에서 다른 자극을 선택하기 때문에 마음의 드러냄도 달라진다. 마음의 유무가 아니고 마음이 표현되는 색깔과 농도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외부 자극에 의한 내부의 반응이 바로 마음이다.
무심 결에 마음이 생겨나는 내부에 외부의 자극이 작용했다면 내외를 가르는 경계는 무엇인가? 주체와 객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경계가 없는데 말이다. 내부와 외부의 소통, 교감은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마음은 내외의 교감의 산물이다. 그런데, 굳이 경계를 구별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자극과 반응은 서로서로 주고받는 소통의 과정이기에, 외부 환경이 제공하는 자극에 대해 주체의 반응으로 표출하는 생존 현상! 즉 삶이 여기에 있다. 마음의 작용도 함께 하기에 안팎의 구분은 의미 없는 형식일 뿐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외부환경의 노출에 의해 주어지는 자극에 적응 내지 익숙해지는 것이 삶이고 생존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주변과 소통하고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기 내면의 무엇이 드러나는데, 마음이 그 본질이다. 소통, 교류로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마음은 단련되고, 이후 외부환경의 자극에 대처하는 방법, 요령을 제공한다. 마음이 아침 공기처럼 맑아서, 그 맑음이 일상에 늘 이어질 수 있도록 단련하는 삶이 내면의 힘으로 응집되길 바란다.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내부에 있는 삶을 향한 응집된 힘이다.
2025. 12. 04. 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