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의 눈

by 부러진 연필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냉장고가 휑하다.

주인은 이미 장사에 지친 듯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허기가 진 건 아니었다.

다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까 나도 뭐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의 눈?

정말 이상한 이름의 캔 음료와 동그란 카스텔라를 골랐다.


“혼자 왔으면 우리랑 같이 식사해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식당 문을 나서는데, 7월 하순의 햇빛이 얼굴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같이 먹을 걸 그랬나?

그러기엔 그 사람들이 너무 선하고 따뜻해 보였다. 기분이 나빴다.

이제 이걸 어디서 먹지? 난감하다.

사람들이 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니까.


계산을 하고 가게 문 앞에서 허겁지겁 빵을 욱여넣고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의 나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런 맛일 것 같다.

후회의 맛이다.


어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저 군대 가야 해서요”

“아직 안 갔다 왔었어요?”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몇 번 중요하지 않은 대화가 오갔다.

내 머리카락은 입대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집에 와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만지는데 저 뒤로 걱정 많은 엄마 얼굴이 보였다.

“우짜꼬 이 더운데. 진짜 혼자 갈라꼬?”

“응”

“혼자?”

“응”


엄마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혼자 남을 엄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잠을 설쳤다.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그게 다였다.

내가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쓸 충분한 생활비, 엄마의 건강, 다시 만날 희망, 그런 걸 바랄 수 없었다.

교통사고처럼 내일은, 아니 오늘은 서슴없이 다가왔다.

차마 엄마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리고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고 가슴에 잔뜩 힘을 줬다.


“갔다 올게”


힘없는 울음소리와 연약한 약속의 말이 내 발걸음을 잠시 뒤따라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서야 내가 오늘 슬퍼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맞은편 거울 속에는 그런 내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주먹을 쥔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제 시간이 10분 정도 남은 것 같다.

돌고래들이 둘러싼 정어리 떼처럼 훈련소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집에 연락하지 않을 마지막 핑곗거리가 사라졌다.

시간이 없다. 장병들은 입소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다.

신호가 한 번도 가기 전에 엄마의 우는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응 나 잘 왔어. 아니야 걱정하지 마. 갔다 올게. 밥 먹었지. 갈비탕. 괜찮아. 아니 괜찮다니까. 아무렇지도 않아. 혼자 온 애들도 꽤 있어. 나 이제 들어가야 해. 엄마 아프지 말고. 엄마”

이 말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언젠가 엄마에게 세상 제일 좋은 것과 함께 주고 싶었던 말이었으니까.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