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13편
전략기획팀장이 된 이후
나는 이상한 경험을 반복한다.
회의에서는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실행 과정에서는 모든 팀과 연결되어 있고,
보고 라인에서는 가장 중심에 서 있는데—
정작 마음은 자주 ‘외딴 방’에 있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그 고독함이
유난히 크게 다가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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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이건 팀장님이 결정해주셔야죠.”
아침부터 네 건의 메시지가 동시에 들어왔다.
- 영업팀: “이 방향으로 가면 매출 흔들립니다.”
- 재무팀: “이건 비용이 과합니다, 조정이 필요합니다.”
- 생산팀: “현장은 도저히 못 따라갑니다.”
- 해외법인: “베트남 일정 다시 난항입니다.”
각자 말은 다르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팀장님이 결정해달라.”
모두가 판단을 요청하고,
모두가 결론을 기다리고,
모두가 내게 묻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의 무게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리더의 고독은
책임을 떠맡는 순간이 아니라,
책임이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순간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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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기획은 결국 “혼자 견디는 시간”의 연속이다
오전, 팀원 두 명이 함께 와서 말했다.
“팀장님, 이 안건은 팀장님 판단이 맞아요.
근데… 임원들이 반대하면 어떡하죠?”
이 질문에는 두 겹의 의미가 있다.
- “우리는 팀장님을 따른다.”
- “하지만 책임은 팀장님 몫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반대해도 다시 설득하면 돼.”
그 말이 팀원들에게는 든든하게 들렸겠지만,
사실 나는 마음 한구석이 조금 저릿했다.
전략기획팀장은
늘 두 세계 사이에서 버틴다.
- 데이터와 현실 사이
- 이상과 현실 사이
- 임원과 팀원 사이
- 조직과 개인 사이
그리고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매일 혼자 균형을 잡는다.
그 고독은
누가 옆에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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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팀장님, 너무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오후 5시 무렵,
한 팀원이 조용히 말했다.
“팀장님…
요즘 너무 혼자 짊어지시는 것 같아요.”
나는 웃었다.
“혼자 해야 할 일들이 있어.”
그는 대답했다.
“근데 팀장님 얼굴 보면 알아요.
혼자 버티고 있다는 거.”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가슴이 덜커덕 내려앉았다.
전략기획팀장은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한다.
그래서 고독은 선택이 아니라
직무 자체에 내장된 구조다.
하지만 그 날 팀원의 말이
약간의 온기를 남겼다.
“그래도요,
팀장님 혼자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 말을 들을 때가 오늘 가장 따뜻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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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퇴근 시간이 지나고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았다.
여러 개의 보고서 초안,
미뤄둔 일정표,
내일의 시나리오 파일이
모니터에 나란히 떠 있었다.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전략이란 사실 혼자 앉아 ‘판단의 고립’을 버티는 시간에서 나온다.”
누구도 대신 판단해줄 수 없고,
누구도 대신 책임질 수 없고,
누구도 대신 답을 줄 수 없다.
하지만 그 고독을 견디는 순간
비로소 조직을 이끌 판단이 만들어진다.
나는 조용히 모니터를 끄고
이 문장을 메모장에 적었다.
“전략은 고독에서 시작되지만
혼자 끝나는 일은 아니다.”
고독은 전략을 만드는 과정이고,
사람은 그 전략을 움직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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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줄
리더의 고독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그 고독을 견딜 때 비로소 전략이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