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12편
전략기획팀장이 되고 난 뒤,
나는 하나의 진실을 뼈 저리게 깨달았다.
전략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언제 말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오늘은 그 ‘타이밍의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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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지금 보고드리면… 화내지 않으실까요?”
아침 9시.
해외팀에서 다급하게 찾아왔다.
“팀장님, 베트남 서류 일정…
또 변경됐습니다. 보고해야 하는데
지금 드리면 임원들이 화내실 것 같은데요.”
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보고는 단순히 ‘사실 전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고에는 감정이 있고,
정치가 있고,
타이밍이 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지금 보고하지 마.
정확한 스코프를 먼저 다시 잡아.”
팀원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언제 말하죠?”
나는 시계를 봤다.
“회의 시작 10분 전에 말하자.
그때는 ‘해결 방향’ 중심으로 들리니까.”
보고의 타이밍은
내용의 의미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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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기획팀은 ‘사고 보고팀’이 아니다
오늘 오전 회의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먼저 놀라면
경영진도 같은 방향으로 놀랍니다.
우리는 놀라지 말아야 하는 팀입니다.”
전략기획팀장은
사고를 해결하는 팀이지
사고를 보고하는 팀이 아니다.
그래서 보고는
사고의 크기보다
해결 의지가 먼저 들리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회의는 방어적으로 변한다.
반대로
“문제가 있는데 해결안을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라고 말하면
회의는 앞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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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팀장님, 보고를 미루면 숨기는 것 아닐까요?”
오후에 한 팀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보고 타이밍을 조절하면
혹시 숨기려 한다고 오해받을까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보고를 늦추는 건 숨김이 아니다.
보고의 형태를 바꾸려는 거다.”
그에게 설명했다.
- 보고가 빠르면 팀은 흔들리고
- 보고가 늦으면 사고로 번지고
- 보고 타이밍이 맞아야 조직이 움직인다
보고의 목적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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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타이밍을 놓치면 사실도 전략이 되지 않는다
저녁 무렵.
대표이사에게 중간 상황을 보고드리기 위해
문 앞에서 2분 정도 멈춰 섰다.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 지금 말하면 ‘문제’로 들릴지
- 1시간 뒤 말하면 ‘해결안’으로 들릴지
- 내일 말하면 ‘사후 보고’가 될지
그리고 정확한 순간을 골랐다.
대표가 자료를 정리하며
잠시 쉬는 타이밍.
나는 접근했고 말했다.
“대표님, 지금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는 고개를 들었다.
그 10초의 타이밍이
오늘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보고를 마치자
대표는 말했다.
“좋습니다.
지금 말해줘서 정확히 방향을 잡을 수 있었어요.”
전략의 절반은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말하는 순간을 선택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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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11시, 빈 사무실에서 적어둔 문장
모두 돌아간 사무실에서
오늘의 마지막 정리를 하며
나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말한 한 문장이
부정적인 하루를 건진다.”
전략기획팀장은
위기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기의 타이밍을 조절하는 사람이다.
전략은
책상에서 시작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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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줄
전략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언제를 선택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전략기획자는 그 순간을 읽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