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11편
전략기획팀장이 된 뒤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전략은 책상 위에서 태어나지만,
현장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오늘은 그 말의 뜻을
뼈저리게 실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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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엑셀은 맞는데… 현장이 안 움직입니다.”
아침 8시 40분.
베트남 공장에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팀장님… 말씀하신 일정대로 진행이 안 됩니다.”
나는 차트를 다시 확인했다.
- 생산 가능량
- 인력 투입 계획
- 셧다운 리스크
- 납기 준수율
모두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현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는 물었다.
“어디가 막히는 거예요?”
공장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사람들이 아직 새로운 방식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계획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현장은 사람으로 움직인다.
오늘 첫 번째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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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의 언어는 숫자지만, 현장의 언어는 ‘체감’이다
오전 회의에서
생산팀장은 분명하게 말했다.
“전략실은 데이터로 말하지만
우리는 체감으로 판단합니다.”
처음엔 그 말이
조금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곧 인정해야 했다.
현장에서 들리는 말은
데이터보다 거칠지만
더 솔직하다.
- “이 방식은 손이 두 번 간다.”
- “기계 온도 때문에 위험하다.”
- “사람들이 이 시간엔 집중이 떨어진다.”
-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 말들은
엑셀로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
전략이 놓치는 건
늘 이 ‘사람의 마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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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략이 틀린 게 아니라, 우리가 덜 설명한 겁니다.”
오후에 해외팀이 내 자리에 와서 말했다.
“팀장님, 현장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개편의 목적을 제대로 전달 못 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은
결정하고, 보고하고, 실행하는 게 아니라
설명하고, 설득하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가 덜 설명하면
전략이 아니라 지시가 된다.
현장은 지시엔 반응하지만
전략엔 참여한다.
설득과 참여.
그게 오늘 가장 큰 키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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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장을 움직이는 건 숫자가 아니라 ‘존중감’이다
오후 5시가 조금 지나
베트남 공장의 한 리더가 메시지를 보냈다.
“팀장님, 우리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어서
사람들을 다시 설득해보겠습니다.”
그 말이
오늘 들은 모든 숫자보다 더 힘이 있었다.
현장은 숫자보다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따라간다.
전략팀이 현장을 존중하면
현장도 전략을 따라올 수 있다.
현장 리더가 내게 보낸 마지막 문장은 이거였다.
“사람들이 납득하면…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납득하면 할 수 있고,
납득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단순한 진리를
전략기획팀은 자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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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사무실에서 혼자 남아 생각했다
오늘 하루 종일
전략과 현장의 거리만 생각했다.
전략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고
현장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전략은 방향을,
현장은 속도를 만든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노트에 조용히 적었다.
“전략은 책상에서 시작되지만,
현장에서 완성된다.”
이 말이
오늘 하루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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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줄
전략은 숫자를 이해하는 일,
현장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
전략기획자는 그 둘의 거리를 좁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