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아는데, 왜 계속 무너질까?

앎과 실천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기록

by 김동윤

나는 왜 매번 똑같이 넘어질까?


요즘 나를 가장 옥죄는 건
“방법을 모른다”는 무지가 아니라,
“방법을 알아도 안 된다”는 절망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좀 쉬어라.”
“덜 해라.”
“자극을 줄여라.”
“핸드폰을 내려놔라.”


맞는 말이다. 틀린 조언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맞아서, 나도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알고 있는 말들이다.
나는 대책 없는 사람도 아니고, 귀를 막고 사는 사람도 아니다.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빠른 편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또 같은 자리에서 무너진다.


알면서도 밤새 과몰입하고,
알면서도 한계까지 달리고,
알면서도 번아웃에 빠지고,
알면서도 죄책감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내가 어딘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나보다 먼저 무너져버리는 느낌.
머리는 알고 있는데, 마음은 따라오지 못하는 그 간극.
방법은 분명히 알고 있는데,
정작 실행해야 하는 순간에는
내가 아닌 어떤 다른 내가 브레이크를 밟아버린다.


그러니까 문제는
“나는 왜 모를까?”가 아니라
“나는 왜 알면서도 반복할까?”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매번 같은 자리에서 다시 넘어지고,
넘어지면서도 또 한 번 자책한다.

마치 나만 이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뇌가 과열된 사람은 ‘방법’을 실행할 수 없다


나는 안다.
이게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동시에, 이 구조가 내 삶을 망가뜨린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핑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반복해서 무너지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ADHD와 HSP 성향을 동시에 가진 사람의 뇌는
감정이 생각보다 먼저 도착한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마음이 요동치고,
머리로는 “지금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감정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 버린다.


문제는 이 감정의 속도가

나를 자꾸 과열 상태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자극은 끊임없이 밀려오고,
해야 할 일은 쌓이고,
내 뇌는 그걸 모두 ‘긴급한 것처럼’ 처리하려 든다.


그 결과는 뻔하다.

과몰입 → 과소비 → 방전 → 자책 → 다시 과몰입.
나는 몇 년째 이 악순환의 구조 안에서 회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구조는 이렇게 속삭인다.
“넌 왜 항상 이 모양이니.”

하지만 나는 이제 조금은 안다.
내가 계속 무너지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이미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도파민이 빠르게 고갈되고,
자극 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는 ‘실행’이라는 기능을 가장 먼저 포기한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뇌는 실행할 에너지를 이미 잃어버린 상태다.


그러니까 이건 핑계가 아니다.
내가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여다봐야 하는 진실이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미 과부하 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이 구조를 바꾸는 첫걸음이라는 걸,
나는 요즘에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해결책을 알아도 안 되었던 나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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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과 서사를 해부하는 글을 씁니다. 음악과 영화, 일상의 순간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기록하고, 그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끝까지 따라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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