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같은 시간에 삶의 바닥을 만져보다.
프롤로그 1.
우리에게 죽음은 늘 곁에 있다.
사랑하는 가족, 지인, 그리고 나.
우리 모두 언젠가는 이별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일 수도,
긴 병의 시간일 수도,
혹은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일 수도 있다.
작별의 과정과 슬픔의 모양은 다르지만
결국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렸다.
혹시 모를 나의 죽음이나 병세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노년에도 늘 함께하자”라고 말하던
맑고 여린 아내의 노후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
아빠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남길 공백은 얼마나 클까.
자식의 고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세월 속의 고뇌를 안고 살아온 두 사람,
부모님..
그리고 내 소식 하나가 물결처럼 퍼져
누군가의 마음에 또 어떻게 다가갈까.
하루를 살아가는 일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의 결이 있다.
나를 마주하고, 가족을 바라보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들.
그것이 곧 인생이고, 사랑이며,
우리 사이를 흐르는 관계의 파동이다.
우리 인생은 미지의 백지에서 시작되지만,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문장과 자국이 새겨진다.
좋은 글이 남기도하고,
때로는 지울 수 없는 문장과
쉽게 펴지지 않는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이 글들은 특별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잠시 걸음을 늦추고
삶을 바라보며 적어 내려간
1년간의 감정 일기 같은 것들이다.
7년 전, 암 수술을 겪으며 썼던
주름처럼 남겨진 흔적이며,
오래된 마음의 각서.
그저 그날그날 스쳐 지나간 생각과 마음이
흘러간 자리들.
그 시절, 내가 느꼈던 감정의 흔적이며,
가족과 나를 향해 남긴 작은 끄적임 들이다.
당시에는 오늘을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 글을 통해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읽는 일,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마주하는 일,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또 다른 내일을 건넨다.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하지 않아도,
누구나 삶을 새로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이 글이 가진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날들의 일기를 다시 상기하며
‘삶이 얼마나 여전히 따뜻한가’를
나에게 조용히 일깨워준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 우리는 이미 충분히 특별하다.
“하루를 느끼고, 인생을 누려라.”
그 말이 내게는 이제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었다.
나는 작가가 아니다.
그저 누군가의 자식으로,
남편으로, 아빠로
살아 있음에 대해
배우고, 느끼고 있는 중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