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환상은 어떻게 삶을 파괴하는가

by Henry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문학에서 감정을 제거하려 한 작가가 아니라
감정을 정확하게 해부하려 한 작가였다.

그는 문장을 수없이 고쳐 쓰며
인물의 감정이 과장도 축소도 되지 않도록
극도의 긴장을 유지했다.

플로베르에게 문학은
도덕을 설파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는 판단하지 않고 보여주었으며
그런 침묵 속에서
인간의 허영과 자기기만은
가장 선명한 얼굴을 드러냈다.

<마담 보바리>는
사실주의 문학이 인간의 내면까지
얼마나 냉혹하게 비출 수 있는지를 증명한 작품이다.

엠마 보바리는
시골 의사의 아내로 살아간다.
남편 샤를은 성실하지만 단조롭고
일상은 안전하지만 지루하다.
엠마는 소설과 무도회, 연애의 이미지 속에서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을 상상한다.

그러나 상상은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사랑은 반복되고
열정은 빠르게 소진되며
빚은 점점 쌓인다.
엠마는 현실을 바꾸기보다
환상을 더 강하게 붙잡는다.
선택의 끝에서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마담 보바리>의 비극은
사랑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무엇인지 오해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엠마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상 다른 삶을 갈망한다.

플로베르는 말한다.
불행은 가난에서 오지 않고
권태에서도 오지 않으며
현실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환상적 시선에서 시작된다.


이 소설은
낭만주의의 달콤한 언어가
어떻게 인간을 고립시키는지를
가장 차분하게 폭로한다.

환상은 꿈이 아니다.
꿈은 현실을 견디게 하지만
환상은 현실을 부정한다.
엠마의 문제는
더 나은 삶을 원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살지 않으려 했다는 데 있다.

환상은 잠시 삶을 빛나게 하지만
빛은
현실을 태워버리는 불꽃이 되기도 한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처럼
엠마는 그림자를 실제로 착각한다.
낭만적 이미지들은
삶의 모형일 뿐인데
모형을 실재보다 더 사랑한다.
비극은 진실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엠마의 소비와 연애는
결핍을 해소하지 못한 채
다른 결핍을 낳는다.
환상은 욕망을 채우지 않고
연장시킬 뿐이다.

엠마의 환상은 개인적 기질이 아니라
당대 중산계급 문화가 생산한 욕망의 산물이다.
환상은 사회적으로 학습된다.

<마담 보바리>는
삶이 비극으로 무너지는 이유가
현실의 빈곤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지 못한 환상 때문임을 보여주는
가장 냉정한 사실주의의 경고문이다.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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