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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Oct 23. 2023

[Diary.일기] 2023.10.22, in부산

아버지와 잠시 전에 전화통화를 했다. 춘천으로의 가족여행 겸 사촌동생(아버지에게는 조카) 결혼식에 잘 다녀왔다고 하신다. 날씨도 좋았고 오랜만의 바람쐬이는 여행이었던 터라 모든 것이 좋았다고 하셨다.

나의 할머니는 춘천의 한 요양병원에 계시다. 이제 몇 해만 더 지나면 100세가 되시는 고령의 노인이시다. 작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계시다. 최근 코로나에 한 번 더 감염이 되셨었다고는 하나 다행히 잘 이겨내셨다고 한다.

건강도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기 전보다 많이 좋아지셨다고 한다. 다만, 연세가 많으신 탓에 사람을 알아보는 일은 다소 흐릿해진 것 같으시다고 아버지께서 말하셨다.

그래도 한 달에 1~3번은 아버지를 포함해 아버지 4형제께서 할머니를 찾아뵙고 계신다. 웃는 일은 별로 없으시다고 했었다. 가끔 이곳(요양병원)이 답답하다며 본인의 집으로 가겠다고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리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분들은 불효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으시다고 했다. 손주인 나 역시도 그 말을 전해 들으면 마음이 썩 좋지 못했다.

오늘은 동생네 쌍둥이 두 돌이 좀 지난 아가들을 처음 보셨고, 이 아이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웃으셨다고 했다. 아버지께서는 할머니의 웃음이 오랜만이었던지라 마음이 좋아지셨던 것 같다. 아이들을 향해 "얘네 참 예쁘다"라고 하셨다 한다.

증손주들을 바라보는 요양원에서의 할머니.,, 나이가 들어 내가 내 의지대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매 순간 직면하고 있는 한 존재, 그리고 나의 뿌리.

나는 나를 위해서도, 나의 부모님 그들의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노력해 살아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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