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전문대졸 석사 도전기#2

[선택] 서울로 돌아온 이유

by 가랑비

학점은행제 vs 전공심화과정

학사 학위를 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학점은행제: 온라인으로 학점을 쌓아 2년 안에 학위 취득. 유연하고, 직장과 병행하기 편하다.

전공심화과정: 전문대 졸업자를 위한 1년 과정. 야간 수업, 빡빡한 스케줄. 하지만 1년이면 끝난다.


나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2년 vs 1년.

편안함 vs 강도.

안정 vs 속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30대 중반의 1년은 금이다. 2년을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학사만 따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이후 대학원까지 가려면, 최대한 빨리 학사를 끝내야 했다.


결국 나는 다시 내가 졸업한 학교의 학생이 되었다.



서울행 결심


대전에서 돌아온 후, 나는 계속 생각했다.


"왜 대전 교육기관에서의 일은 그렇게 의미 있게 느껴졌을까?"


답은 명확했다. 그곳에서는 내가 '교육을 운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성장을 설계하는 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교육 분야로 가고 싶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다. 대전에서 경험했던 그 일을, 서울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동시에 야간 수업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어야 했다.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졌다.

서울로 올라가자. 이직하고, 학교 다니고, 대학원 준비까지 한 번에.

누가 봐도 미친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한다.



뜻밖의 기회


그리고 정말로, 기회가 왔다.


교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전에서 했던 일과 비슷한 업무였다.


나는 사표를 냈다.


5년을 다닌 회사였다. 동료들은 놀랐고, 상사는 만류했다.

"여기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데, 굳이 왜 나가려고 해?"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시작하지 않으면 내 미래는 바뀌지 않으니까"



지옥의 반년


2025년 1월.


새 직장 첫 출근.

동시에 대학 전공심화과정 첫 수업.


낮에는 신입사원처럼 새로운 업무를 배웠다. 밤에는 학생으로 돌아가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처음 두 달은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오전 9시 - 오후 6시: 회사

새로운 조직 문화 적응. 업무 프로세스 익히기. 신입인데 경력직처럼 기대받는 압박감.


저녁 6시 30분 - 밤 10시: 학교

성수에서 노원까지 1시간 이동. 3시간 수업. 과제, 팀플, 중간고사.


밤 11시 - 새벽 2시: 공부

다음 날 회사 업무 준비와 학교 과제를 동시에. 잠은 4시간.


주말도 없었다. 토요일은 밀린 과제, 일요일은 다음 주 준비.

친구들의 연락은 '나중에'로 미뤘고, 취미생활은 사치였다.


가끔 거울을 보면 눈 밑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대전에서의 그날을 떠올렸다.


"학사 학위 소지자"


그 한 줄이 나를 가로막았던 그 순간.

그때의 분노와 좌절이, 지금의 나를 밀어붙이는 연료였다.



거의 다 왔다


그리고 지금.

2025년 가을.

전공심화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사 학위. 드디어 손에 잡힌다.

전문대졸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날이 코앞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미 다음 목표를 정했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나는 방금 전기 모집 원서를 제출했다.

나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또 다른 선택지로 신중하게 고민했던 건국대학교에도 원서를 제출했다.

어느 곳이든 배움의 길은 열려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곳 모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15년 지기 친구가 말했다.

"미쳤어. 진짜로 하는 거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우리 약속했잖아."


그 친구는 지금, 무언가를 설계하고 있다.

2040년을 위한, 15년짜리 초장기 프로젝트를.


그 첫걸음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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