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간병일기 3화
간병을 하다 보면
고맙다는 말을 듣는 날보다
아무 말도 듣지 못하는 날이 훨씬 많다.
가끔은,
고마움 대신 날아오는 말 한마디가
하루를 통째로 무너뜨리기도 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그것도 제대로 못해요?”
“전에 오신 분은 안 그랬는데요.”
그 말들은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사람 마음을 정확히 찌른다.
나는 환자 곁에서
밤새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뒤척임 하나에도 깨어
체온을 만지고,
호흡을 살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내가 한 일들은 사라지고
하지 못한 것 하나만 남는다.
처음에는 설명하려 했다.
왜 늦을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설명은,
상처를 덜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말을 줄였다.
대신 움직였다.
묵묵히 닦고,
묵묵히 챙기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간병은
인정받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남겨두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주 작은 바람이 고개를 든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한데.
아마 지금도
어딘가의 병실에서
누군가는 말없이 버티고 있을 것이다.
고마움 대신
날 선 말들을 견디며,
자기 마음을 접어두고.
이 글이
그 사람에게
말 대신 손을 잡아주는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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